令狀 실질심사제 새 풍속도-가해자 배짱에 피해자 속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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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새해 들어 영장 실질심사제 실시로 구속영장 기각률이 높아지면서 석방된 피의자가 합의를 의도적으로 미루는가 하면 경찰은 인신 구속절차가 까다로워지자 영장신청을 자제하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종용하는등 신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또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경찰이 체포후 24시간내에 가족에게 체포사실을 통지하고 있으나 일부 피의자들은 가족들에게 범행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이를 거부하는 사례마저 속출하는 실정이다. ◇피의자 합의지연=4일 오후11시50분쯤 서울광진구노유동E주점 주인 李모(30)씨는 손님 嚴모(37)씨와 여자문제를 놓고 시비가 일어 1백만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보았다.이후 경찰에 연행된 嚴씨는 .영장 실질심사제 때문에 구속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뒤 합의에 미온적이다.
李씨는“빨리 합의를 보려고 했는데 가해자가 느긋하게 나와 마냥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일 술집에서 싸워 전치 8주의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중인 韓모(41.서울동대문구전농4동)씨도“영장이 기각되자 피의자가 얼굴 한번 내밀지 않아 합의금은커녕 병원비도 못내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체포통보 거부=귀가중 길에 세워진 승용차를 부수고 차주를 폭행한 혐의로 3일 오후 현행범으로 경찰에 체포된 尹모(19)군은 주거가 확실해 조사만 받고 귀가했다.
조사도중 담당 경찰관이 체포사실을 알리기 위해 연락처를 묻자“부모님이 알면 곤란하다”며 한사코 거부,결국 따로 사는 형(22)에게 체포 내용을 알렸다.
서울강남경찰서 이석호(李錫鎬.58)형사과장은“음주사고나 폭행피의자들은 혐의사실이 가족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많아 경찰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영장신청 자제=서울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는 4일 오후 폭행혐의로 연행된 20대 피의자 3명에게 1시간 이상 합의할 것을권유했다.
예전에는 경찰서 형사계로 넘겨 영장을 신청케 하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동행보고서 작성에 신경이 쓰이는데다 영장이 기각되면 책임문제까지 따르기 때문에 가급적 화해로 사건처리를 끝내려한 것이다. <김태진.이상언.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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