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언론자유 死角지대-공산체제붕괴 後도 權言밀착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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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르비아에선 반정부시위가 46일째 계속되고 있지만 수도 베오그라드 인근 주민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별로 많지 않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의 사회당정권이 장악하고 있는 국영방송외에는 이렇다할 중립적인 언론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공산체제가 무너진지 이미 오래됐지만 세르비아에서 보듯 대부분의 동유럽국가에서는 언론자유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도자들의 얼굴은 바뀌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언론의 비판에 익숙하지 않고 이를 수용할 자세도 갖추지 않고 있다.
밀로셰비치 세르비아대통령은 야당과 학생의 시위가 시작되자 반정부 성향의 라디오 B92와 라디오 인덱스의 방송을 방해했다.
프라뇨 투지만 크로아티아대통령도 지난해 11월 자신에 대해 비판적이던 자그레브의 라디오101을 폐쇄시켜 버렸다.
국제사회 압력과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시위로 이들은 다시 방송을 재개했지만 정권의 언론독점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루마니아의 이온 일리에스쿠대통령도 지난해 10월 그가 모스크바 유학시절 옛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보도를 한 지나지의 기자 2명을 고발,14개월의 징역형을받도록 만들었다.
블라디미르 메치아르 슬로바키아총리는 4명의 기자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잘못 보도했다며 이들을 정부 브리핑에서 제외시켜버렸다. 비교적 자유주의적인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총리도 언론인들을 인류의 가장 큰 적으로 여기고 있을 정도다.
러시아의 NTV나 체코의 노바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신생 동유럽 방송들은 시청범위가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권력에 밀착돼 있는 국영방송들이 변화할 조짐도 별로없다. [베를린=한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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