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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選예비후보>5.이회창 신한국당 고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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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차기정권의 국정운영기조는 어떠해야 합니까.
“문민정부가 이뤄놓은 민주화를 기반으로 좀 더 실질적으로 민주화되고 선진화된 사회를 이끌어야 합니다.또 21세기에 대응한사회구조를 위해 사회통합을 이뤄야하고요.눈을 밖으로 돌리면 아시아의 지역안보와 경제번영의 중심이 될 수 있어야 지요.” -새해들어서도 노동법 파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매듭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법의 쟁점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논의가 있어왔으니 노사 양쪽의 정서는 다 나와있지 않습니까.이 법은 우리 경제를 살리자는바탕에서 제기된 겁니다.법이 일단 통과된 이상 법에서 규정하는선(線)을 기준으로 노사 쌍방,특히 근로자측에 부당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문제를 풀어나가야죠.” -.왜 변칙처리를 반대하지않았느냐'는 원망을 듣지 않았습니까.
“집으로 전화가 꽤 걸려오기도 했어요.(한참 뜸을 들인뒤) 내 심정은 이렇습니다.당론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여러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결정된 다음엔 당인으로서 이에 따르는 게 도리지요.당이 당일 입법처리를 결정한 이상 개인적인 비판 을 받더라도 따르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에 맞는 일이었다고 느낍니까.
“단독처리의 모습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아요.그러나 민주주의는다수가 소수를 무시해선 안되지만 또 소수가 물리적 행동으로 민주주의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면 다수결 원칙이 실현될 수 없는 거죠.” -새해들어서도 여권의 대선논의 자제 분위기가 이어지는데청와대 눈치를 너무 살피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대선논의는 두가지입니다.하나는 언론같은데서 차기 정권이나 차기 도전 주자들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거지요.그것은얼마든지 있어도 좋고,또 있어야 해요.또 하나는 차기 주자들이입장이나 견해를 말하는 것인데,그 시기결정은 자 신의 소신문제라고 봅니다.나는 내가 판단해 시기를 정할 겁니다.” -언제쯤입장을 밝힐 건가요.
“지금은 그게 몇월께라고 말할 계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당총재로서 경선에서 특정인사를 지지하는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총재가 특정후보를 지지하면 그것은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겁니다.그렇게 중요하니 총재는 그야말로 당원이나 국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죠.총재의 선택권은 당연한데 중요한 것은 총재의 의사가 경선인의 자유의사를 배제하거 나 제약해선 안된다는 겁니다.” -총재가 다른 사람을 선택해도 경선에 출마할 겁니까.
“나는 아직 차기에 도전한다는 결정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그런 질문은 도전을 가정하는 것이니 나중에 결정되면 대답하지요.
” -청와대 참모들은 총재가 특정인을 위해 대의원표를 모을 권한이 있다고 얘기합니다.그럴 경우 李고문이 말한 경선인의 자유의사가 배제되는 겁니까.
“정치라는 것은 합종연횡이나 연대가 있을 수 있겠죠.그게 문제가 아니라 요는 압력같은 것을 통해 대의원의 자유의사를 억압해서는 안된다는 거지요.자유의사에 의한 경선이 실질경선이고 그게 중요합니다.”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李고문이 독자출마하거나 야권으로 말을 갈아탈지 궁금해 하는 시선이 많아요.
“그것도 가정(假定)질문 아닙니까.” -경선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하는 주자도 있는데….
“원칙적으로 당인은 당의 결정을 따를 의무가 있지요.” -법을 중시하는 원칙론자여서 사후보장에 신경쓰는 金대통령이 꺼릴 것이란 시각이 있습니다.
“그거 함정이 있는 질문 아닙니까.대통령이 된다는 가정과 관련이 있으니 답변 않는게 좋을듯 합니다.”(즉답을 계속 회피했다) -새로운 정권하에서 전(前)정권의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원칙적으로 법은 항상 같은 것이고 어느 정권이든 출발초기에는 바른 길로 나가려는 것이 당연하지요.중요한 건 어느 정권이든 정치적 보복을 하거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의식적으로 전정권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은 안된다는 겁니다.” -지역감정 해소.세대교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권입장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거나 야권입장에서 정권이 교체돼야 지역감정이 해소된다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지역기반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의도가 사라지지 않는한 이는 해결되기 어렵지요.세대교체는 일부러 대상을 정해놓고 말해서 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국민선택이 이뤄져야 되는 일이라고 믿어요.” -야권에서 주창하는 내각제에 대해선.
“제도자체는 장단점이 있지요.현실적으로 안보라든가 우리나라의여러 상황을 고려할때 내각제가 대통령중심제보다 적절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李고문이 정치권의 과거행태를.더러운 정쟁'이라고 공박하는등 정치인으로선 말이 너무 노골적이고 거친게 아닙니까. “나도 정치판에 들어와 좀 타락한 것 같아요(웃음).
나는 판결문을 쓸 때나 감사원장이나 총리때도 감정적이거나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 않았는데.사실 그런 거친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죠.” -판사 출신이라 경제문제엔 취약할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기회가 생겼으니 나도 홍보 좀 해야겠습니다.우선 나는감사원장.총리를 지내면서 국가운영과 경제운용에 직접 관여한 경험이 있어요.총리때 국회에 나가니까 한 야당의원도 비슷하게 묻더군요.나는 .경제라는 건 지식만 가지고 되지는 않는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사회전반의 분위기를 아울러야 하므로 지도자는 국정전반을 읽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답했지요.지도자는 경제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경제에 대한 철학을 지니며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지도력이 있으면 된다고 봅니다 .” -제일 중요한 경제철학은.
“첫째는 활력있는 경제입니다.이는 경제를 민간주체가 이끌어가고 정부는 조정.심판의 역할을 맡는 거지요.말로는 쉽지만 사실은 우리 경제의 구조를 바꾸는 큰 일이지요.둘째는 열린 경제입니다.개방화.세계화에 부응하는 거고요.셋째는 깨끗한 경제지요.
경쟁이 공정해야 하며 부패나 왜곡이 없는 걸 말합니다.”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책이 없을까요.혹시 현정부의 정책중거리를 두고 싶은 것이 있나요.
“아주 가시적이고 조급한 정책에 집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현재의 위기가 경기순환적 문제와 구조적인 약점이 합쳐진 것이라고들 얘기하잖아요.경기순환이야 회복을 기다려야 하고 구조위기는 고비용.저효율의 문제지요.갑자기 금리와 지가를 낮추는 그런 방식으로는 현실적인 실효를 거둘 수가 없어요.그것보다 규제완화와 기술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늘려나가는 꾸준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정부 들어 규제완화를 그렇게 외쳤는데도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다고들 해요.
“상당수가 가지치기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지요.정부가 심리를바꿔야 해요.규제란 없는 것이 정상이고 다만 필요할 때에 규제한다는 식으로 변해야지요.그러려면 규제와 관련된 정부조직의 개편도 따라야 합니다.” -우리의 경제능력으로 통일을 떠안는 것이 가능할까요.
“자료를 보니까 통일직전 서독의 무역흑자가 7백90억달러나 됐는데 통일후에는 1백76억달러 적자로 급전했더군요.우리는 지난해 2백30억달러나 적자를 기록했는데 통일이 된다면 그 충격이 어떻겠습니까.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런 기회가 닥 치면 우리가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믿습니다.당장은 굉장한 고통이겠지만 북쪽에 그만한 경제단위가 생기는 것이니 우리가잘 풀어가면 곤경을 벗어날 수 있다고 봐요.” -현정부들어 대북정책에서 일관성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닙니까.
“일관성이 없어 보인 것은 사실입니다.그러나 정부입장에서 생각하면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어요.불확실하게 행동하는 상대에 대응하다보니 대책에 변화를 주지 않을 수 없었죠.대북정책은 크게 봐서 전략이 있고 그 밑에 대응하 는 전술이있습니다.정부가 전술을 바꾼 것을 왔다갔다했다고 보면 잘못이에요.똑같이 전략적 정책이 바뀌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쳐지는 것도곤란하고요.” -남북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장기적으론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북한을 지원해 북한이 위험한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동시에 우리는 두가지 전쟁억지력을 갖춰야 합니다.하나는 실제적인 민주화와 자유시장경제의번영을 통해 우리체제가 도저히 허물어 질 수 없다 는 걸 북한에 심어줘야하죠.둘째는 필요한 군사력을 갖추는 일입니다.” -국가지도자가 갖춰야할 중요한 외교적 자질은 무엇입니까.
“양극체제때는 국가의 진행방향이 분명했지만 지금처럼 다극체제에서는 세계전반을 보고 잘 판단해야 합니다.한 길을 멀리보는게아니라 여러 길을 넓게 봐야지요.” -李고문이 대법관 시절 소수의견을 많이 낸 것을 놓고 일부에서는.조직보다 자신의 생각을우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소수의견 뿐만 아니라 내가 다수의견도 제일 많이 썼는데 5공,6공하에서 소수의견이 많이 보도되다 보니까 그렇게 알려졌어요.그리고 소수의견을 썼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실로 편협한 생각이에요.미국의 마셜같은 사람은 대법원장으로 있으면서도 소신껏 소수의견을 써서 역사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총리와 감사원장 시절 부하들은 李고문이 너무 권위주의적이고 말 붙이기도 힘들다고 하더군요.
“실제론 그렇지 않은데 처음 만나는 사람은 압박감을 갖기도 하는 모양이에요.표정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법관을 오래하다 보니까 굳어진 것같아요.법관은 법대에 앉으면 피고나 원고중 어느 한쪽을 보고 웃거나 고개를 끄덕여서는 안됩니다.
당장.판사가 우리 편이 됐다'는 말이 돌지요.그래서 무표정이정착됐는데 정치판에서는 무표정을 비정한 것으로들 생각하더라고요.” -여가는 어떻게 보냅니까.
“나는 학교때부터 오페라감상을 좋아했어요.내가 음치니까 남들의 멋진 노래를 보고 듣기를 좋아한 것같아요.최근에는.리골레토'를 봤어요.영화도 좋아했는데 요즘은 영화관객도 많이 바뀌어 나같이 머리가 하얀 사람이 앉아 있으면 잘 어울리지 않더라고요.”(웃음) -문화정책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나는 문화부를 체육부와 통합한 걸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규모가 작더라도 문화부는 문화부대로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문화를 잉여가치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아직도 많은데 앞으로창의적인 것이란 인식으로 바뀌어야죠.” -여권신장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선 고용 측면에서 실질적 평등을 이뤄내야 하고 자녀 도시락.탁아소같은 문제를 해결해 일하는 여성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내 실적을 얘기해도 될까요.나는 대법관때 전화교환원의 정년연장과 이혼재산분할에서 여성이 가지는 몫에 대해 처음으 로 진보적인 판례를 만든 적이 있어요.” ***신상명세***▶생년월일=35년 6월2일 ▶출생지=황해도 서흥 ▶본관=전주 ▶신장.체중=163㎝.65㎏ ▶재산=15억원▶가족=부인과 2남1녀 ▶결혼=62년 3월2일▶병역=공군본부법무관(대위) ▶종교=가톨릭 ▶학력=광주서석초등,청주중,경기중.
고,서울대법대 ▶경력=서울민사.형사지법판사,사법연수원교수,법원행정처기조실장,대법원판사,변호사,중앙선관위장,감사원장,국무총리,신한국당 중앙선대위의장 ▶취미=오페라.영화감상 ▶선호음식=된장찌개.생선구이 ▶존경인물=아우렐리우스(로마황제) ▶주량=포도주 또는 소주1병 ▶애창곡=부르기 보다 듣기를즐김 ▶애독서=로마제국흥망사.아우렐리우스 수상록 ***특별취재팀***.허남진 정치부장대우 .김정수경제전문위원 .신성호 사회부차장 .유재식 문화부차장 .김성진 외교전문기자 .이원영 정치부기자 <정리=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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