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수근 빨래터 진본감정서 왜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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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수근(1914∼1965)의 유화 ‘빨래터’의 과학 감정 보고서가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은 지난달부터 이 보고서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 왔다.

이 연구원 정전가속기연구센터 윤민영 교수는 지난 7월 ㈜서울옥션의 의뢰로 ‘빨래터’의 과학감정을 의뢰받아 “방사성 탄소연대측정 결과 캔버스와 액자는 1948∼52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결론 지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연구원 측은 윤 교수가 ‘빨래터’의 시료에서 측정한 결과를 제대로 분석했는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해 왔다. 서울대 측은 이번에 ‘빨래터’의 진품을 놓고 새로 조사한 게 아니라 윤 교수의 보고서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상을 조사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은 대개 200년가량의 오차폭을 띠며, 자세할지라도 30∼50년가량의 오차가 있다. 윤 교수가 발표한 연대는 비상식적일 만큼 자세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또한 “윤 교수가 ‘빨래터’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측정한 값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 작품에 사용된 캔버스틀과 캔버스는 17세기 무렵 죽은 나무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지대 최명윤 교수는 이에 “빨래터에 쓰인 캔버스는 아사천으로 만든 것으로 17세기에는 이런 재료가 없었다”며 “윤 교수의 측정값부터 오류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윤 교수 의 징계 여부를 논의 중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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