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원봉사 힘으로 변화 추구하는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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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변화(change)’를 기치로 내걸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경제위기에 발목이 잡혀 그의 핵심 공약이었던 교육·의료·환경 개혁마저 엄두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안팎에서 회의론이 거센 가운데 오바마는 최근 개설된 공식 웹사이트에서 전 국민적 자원봉사 운동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부 혼자의 힘으로 밀고가기보다 민간의 참여가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평화봉사단을 확충하는 한편 빈민지역 학생들을 가르칠 교실봉사단과 건강봉사단·청정에너지봉사단 등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의 헌신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가 이제 다시금 그들의 힘을 빌려 미국을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4일 대선 승리 연설에서 이런 의도를 드러냈었다. 수백만 명의 자원봉사자에게 당선의 공을 돌린 뒤 오바마는 “여러분의 도움 없인 우리가 원했던 변화를 이룰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인 모두가 새로운 봉사와 희생 정신, 애국심과 책임감을 발휘해 열심히 일하며 이웃을 돌보자고 촉구했다. 오바마는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도 “변화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잘 조직된 풀뿌리에서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시카고의 흑인거주지역에서 공동체 운동을 펼치며 체득한 신념이다.

오바마의 야심 찬 자원봉사 프로젝트를 놓고 허황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그의 주요 지지층인 젊은이들, 이른바 ‘제너레이션 O(오바마 세대)’가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이미 활발한 봉사를 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일례로 1990년 프린스턴대 졸업생이 만든 ‘Teach for America’란 봉사단체엔 명문대 출신 청년 2만여 명이 참여해 빈민지역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과연 오바마 세대가 자원봉사를 통해 미국에 진짜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 역시 지금의 경제위기를 이런 해법으로 접근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