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세일 끝없는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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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지난 10월말 큰맘 먹고 휴대폰을 구입한 박모(32)씨는 아직도 분이 가라앉지 않았다.구입한지 며칠 안돼 한국이동통신.신세기통신등 이동전화 서비스업체들이 대대적인 휴대폰 할인판매에 들어가 앉아서 고스란히 30여만원을 날렸다는 생각 이 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LG정보통신등 휴대전화기 제조업체들도 서비스업체들이 단말기를 헐값에 공급,단말기 가격이 폭락하고 애써 구축한 유통망이 무너지고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업체들은 최근 정보통신부가 12월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서비스업체들의 휴대폰 판매를 연장해서는 안된다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제조업체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장비시장이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비스업체들은 “값싸고 질좋은 단말기를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하는게 뭐가 나쁘냐”고 항변한다.가입자가 늘어나면 오히려 시장이 더 커져 제조업체들도 득을 보게 된다는 설명이다.실제로 서비스업체들이 할인판매경쟁에 들어간 11월 한달동안만 신규가입자가 22만명에 이르러 10월 가입자의 2배가 넘었다.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간이휴대전화(PHS)서비스의 경우 단말기 가격이 1엔까지 내려갈 정도로 경쟁이치열하며 미국도 대부분의 서비스업체들이 단말기를 임대하고 있다.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간 알력은 유통업체를 내세운 대리 전으로비화할 조짐이다.
한국이동통신은 계열회사인 선경유통을 통해 단말기를 계속 판매할 것으로 보이며 신세기통신도 이에 대응해 다단계판매회사등 유통전문업체와 손잡고 저가 단말기를 계속 공급할 움직임이다.
정통부 부가통신과 이재태(李栽泰)과장은 “이미 서비스업체들에유통업 연장 불가방침을 통보했다”며 현행 전기통신사업법(14조)이 개정되지 않는 한 서비스업체들의 휴대폰 판매는 허가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통신개발연구원 조신(趙晨)박사는 “서비스업체가 독점적 지위를이용,저가 단말기 납품을 강요하는 사태는 막아야겠지만 국내통신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이유로 서비스업체들의 단말기 공급을 제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안된 다”고 밝혀 이 문제가 앞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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