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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수뇌부에 기술자 더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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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요즘 수출은 호조인데 내수시장이 얼어붙어 서민들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어지러운 정치 탓으로 돌리는 이들도 있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다른 문제들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수출이 몇몇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수출 주력 품목들이 매우 제한돼 있는 데다 이들 주력 품목군의 국내 고용유발 효과가 작다는 것이다. 고용유발 효과가 비교적 큰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중국 등 인건비 싼 나라를 찾아 떠나는 기업 탈출로 인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형편이다.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최근엔 해외로 나갔던 공장들이 되돌아오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핵심 원천기술이 도사리고 있다.

일본 근로자에게 고임금을 지급해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핵심기술 산업을 해외로 옮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기술유출 피해를 고려한 보호전략도 한몫 한다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 청년실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노동집약형 조립산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첨단 부품 및 제품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경영자들의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S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던 일본인 기술자는 그 기업의 생존전략을 짜는 핵심 브레인들이 외환위기 이전에는 재무 출신과 기술자 출신이 절반씩이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재무 출신만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원천기술 개발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비전을 갖고 있는 현장 기술자는 지금 당장 채산이 맞지 않더라도 장래 유망사업을 발굴.육성하는 연구개발을 하려 하지만, 재무 출신은 모든 것을 현실적 계산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 관련 부처의 핵심 관료들이 현장경험 있는 과학 기술자로 대치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방 연구개발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업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에서 기초.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가장 큰 장애는 시장형성 시기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국방 산업과 연계될 경우 시장과 무관하게 원천기술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선진국에서 대부분의 무기체계를 구입하는 경우 이스라엘처럼 초기 원천기술 개발 단계부터 공동 참여해 원천기술을 공유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고급 연구개발 인력을 국내로 유인하고, 국내 제조업 공동화 사태와 청년실업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맹성렬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