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마당

난청 환자 깔보는 TV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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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MBC의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즐겨 보는 시청자다. '브레인 서바이벌 코너'를 특히 좋아하는데 간혹 청각장애를 희화화하는 장면이 나와 거슬린다. 예전에 가수 이상우씨가 나왔을 때 사회자가 그를 '사오정' 취급하며 "보청기를 써야겠다"운운하더니 얼마 전엔 조형기씨가 어떤 말을 다른 말로 잘못 알아듣자 "이젠 귀까지 잘 안 들리십니까 "라는 말을 했다.

물론 웃자고 하는 얘기인 줄은 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인 나는 가족과 함께 일요일 저녁 오붓한 한때를 보내다가 일순간 씁쓸해진다. 난청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가장 가슴 아프게 느끼는 것이 바로 이런 유의 표현들이다. 귀가 안 들리면 마치 인생 볼 장 다 봤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난청 환자를 비하하고 희화화하는 표현이 일요일 저녁 프라임타임에 자막까지 커다랗게 띄워 TV 화면에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비록 사회자가 악의없이 그런 얘길 했다고 하더라도 편집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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