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군 파병 예정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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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 2사단 일부 병력의 이라크 이동 배치는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과는 관련이 없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한국군이 이라크에 간다 해도 그것과 상관없이 미군은 이라크로 간다는 얘기다. 이라크의 사정이 그만큼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반대로 주한미군이 나간다 해서 한국군이 안 가는 것도 현재로선 아니다. 특히 파병 주무 부서인 국방부는 이를 분명히 했다. 권안도 국방부 정책실장은 17일 "2사단 일부 병력의 이라크 이동과 관련,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계획엔 변동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가 일단 미 2사단 차출과 한국군 파병 간의 무관론을 제기한 것은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군 차출이 향후 한국으로의 미복귀를 전제로 한 것인지에 대한 미국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한 뒤 파병문제와 연관시켜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국은 미 2사단 차출 병력이 한국으로 복귀하길 바라지만 미국과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국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을 예정대로 추진키로 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공식 설명과 판단에도 불구하고 주한 미군 차출은 국내 여론의 파병 반대 움직임을 더욱 자극할 소지가 있다. 한국군의 추가 파병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4일에도 파병 반대집회를 열고 우리 정부의 파병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특히 당초 파병의 당위적 근거로 "한반도 안보를 미국이 책임지고 있는 만큼 미군이 움직이지 못하면 한국군이 이를 대신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미국 측이 제기했다. 따라서 미군 차출은 한국군 파병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될 조짐이다. 미군이 빠져나가니 한국군의 방어력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權실장은 "이라크로 차출될 미군 여단은 주한 미 2사단의 1.2여단 예하의 경보병 병력으로 구성되며 전차.공격헬기.야포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감축되는 부대가 맡았던 임무를 대신할 한.미 연합 작전계획과 전투력이 더 보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자국의 방어부터 생각해야 하는데 남의 땅에 사단급 부대를 보내는 것이 현실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한국군의 추가 파병을 당초 계획보다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미 관계는 나빠질 수 있다. 국방부는 그래서 일단 자이툰 부대의 파병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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