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주가 폭락, 경제위기의 신호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주가가 또 폭락했다. 지난주 월요일에 서울 증시 주가가 6%가량 떨어진 데 이어 어제 또다시 5% 하락해 2주 연속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를 맞았다. 종합주가지수는 올 들어 가장 높았던 지난달 23일(936.06) 이후 15일(거래일 기준) 만에 22%가 넘는 207.08포인트 떨어졌다. 이 기간에 증권거래소의 시가 총액은 90조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서울뿐 아니라 일본.홍콩.대만.싱가포르.인도 등 아시아 증시가 대부분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상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유가(油價),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의 긴축정책 등 3대 악재 때문이다.

서울 증시의 경우 여기에 경제여건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불안감까지 겹쳐 있는 상황이다. 최근 주식을 사겠다는 수요가 사라진 것도 앞날에 대해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식을 팔겠다는 물량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주가가 맥없이 폭락하는 것은 이처럼 매수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이는 달리 말해 주식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앞날을 밝게 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의 현 경제에 대한 인식은 투자자들과 다른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정부는 해외 변수에 대해 일시적인 악재일 뿐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5일 담화에서 "여러 어려움이 중첩돼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고유가,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긴축정책 등은 정신 바짝 차리고 대응하지 않을 경우 한국 경제를 회복 불능의 늪으로 빠뜨릴 수 있는 문제들이다. 특히 극도로 위축돼 있는 기업의 투자심리는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위기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가 폭락은 아시아의 전반적인 현상이고, 경제위기론은 개혁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식으로 대응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