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학자의 상반된 위기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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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저명한 경제학자 사이에서도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진보 세력을 대표하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0일 뉴욕 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오바마가 어려운 경제 현실에 맞서 기존의 생각을 넘어서는 ‘담대한’ 단기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크루그먼은 “침체한 경제에는 적은 것보다는 과도한 부양책이 낫다”며 “오바마 진영이 경제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50%를 더한 정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그는 “오바마는 뉴딜정책을 추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실책과 성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딜정책이 장기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다지는 근간이 됐지만 단기적으로는 너무 조심스럽게 추진을 하다 보니 대공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6년 재선에 성공한 뒤 보수적인 재정 정책을 고수해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려 실업을 늘리는 실책을 저질렀다”며 “실제로 경제를 구한 것은 뉴딜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맨큐의 경제학』이란 저서로 유명한 하버드대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9일자 NYT 기고문에서 오바마가 자유무역에 반대했던 입장을 바꾸고 재정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맨큐는 “유권자들이 희망했던 것과 같은 경제적 성공을 위해서는 그가 자신의 기존 입장 중 버릴 것은 버리고, 보다 온건하고 절충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경제학자의 의견을 듣고 필요하다면 공화당의 일부 정책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담대한 정책을 주문한 크루그먼과 달리 맨큐는 재정적자의 증가를 우려했다. 그는 “오바마가 유세 때는 미국인 95%의 세금을 내리고 건강보험을 확대하겠다고 하는 등 사회보장 정책 강화를 내걸었지만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선 재정에 부담이 되는 일부 공약은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오바마가 한국·콜롬비아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고 외국 경쟁 기업의 반덤핑 제소를 장려한 버드 수정법안을 지지한 것을 예로 들며 경제적 고립주의는 미국의 국익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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