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휘계 기수 금난새.임헌정 같은 빛깔 다른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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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 음악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수원시향 상임지휘자 금난새(49)씨와 부천시향 상임지휘자 임헌정(43.서울대교수)씨.국내 지휘계의.40대 기수'인 이들은 각각 92년과 89년 지방 교향악단을 맡아 국내 정상급수준으로 끌어올리 는데 성공했다. 서울대 작곡과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가치관이나 음악적 스타일에선 퍽 대조적이다.금씨가.클래식의 대중화'를 지상목표로 삼는데 반해 임씨는 대중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레퍼토리의확대를 통한 성실한 연주'라는 정공법을 구사한다.
오빠부대까지 생길 정도로 스타의 위치를 굳힌 금난새씨는.클래식 흥행의 보증수표'.기획사.공연장들이 그를 간판스타로 내세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기획의 귀재'로 불리는 그는.클래식의메신저'를 자처한지 오래다.93년 모차르트의 바 이올린 협주곡과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한나절에 완주한.마라톤 콘서트'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고 94년부터.금난새와 함께 떠나는 음악여행'으로 청소년층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올해부터는 부산시향의.금난새와 함께 하는 클래식은 내친구' 세종문화회관의.
금난새와 함께 하는 오페라교실'도 개설했다.
금씨가 대학교수직을 사양하면서까지.전업지휘자 1호'로 남으려는 까닭은 무엇일까.그가 내놓는 아이디어나 기획이 인기에 영합하는 잔꾀에 불과하다는 음악계 일각의 지적에 대해 그는.자본주의시대에 살면서 상업과 예술을 별개로 보는 태도는 위선이다.유통과 마케팅을 생각하지 않는 음악행위는 구멍가게나 다름없다'는논리로 대응한다.하지만 최근 들어 공연횟수가 너무 많다보니 프로그램 준비에 소홀하다는 비판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반해 임헌정씨는.바흐와 쇤베르크의 밤'.바르토크의 밤'.베베른 50주기 음악회'등의 기획공연을 통해 대중에는 낯선 현대음악을 연주해 음악계에 충격을 주었고 지난해 국내 교향악단으로는 처음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도전장을 냈다.화려하지는 않지만 견실한 연주를 들려주는 그는 평소 오케스트라의 존재이유는 레퍼토리의 확대에 있다고 강조한다.연주 때마다 새로운작품으로 화제를 모으는 부천시향의 연주회를 찾는 고정팬들이 늘어가고 있다..최선을 다하는 무대는 좋은 청중을 부른다'는 임씨의 평소 지론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또 국내 작곡가의 창작곡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우리가 아니면 누가 국내 작품을 연주하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서울대 재학시절 스트라빈스키의.병사의 이야기'를 국내 초연했던 그는 요즘.파우스트를 테마로 한 음악'.시편 150편과 음악'등 문학적 줄거리가 있는 시리즈 음악회를 구상중이다.이 두지휘자는 자신이 결여하고 있는 부분을 상대방이 갖고 있기 때문에 라이벌 의식 또한 대단하지만 모두 국내 음악계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존재들임에 틀림없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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