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리포트>연말 테러공포에 떠는 프랑스 국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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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프랑스 국민들이 무차별적 테러의 공포 속에서 불안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알제리의 과격 이슬람근본주의단체인 무장이슬람그룹(GIA)이 지난주말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테러를 경고하는 협박편지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국민들은 GIA가 테러에 앞서 늘 사전 경고해왔고 그경고는 반드시 테러로 이어져왔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공포를 느끼고 있다.
GIA는 이 편지에서 “알제리 군사정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지원을 중단하고 알제리에 수감중인 GIA 지도자를 석방하도록 알제리정부에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GIA는 이어 “이에 불응할 경우 프랑스 영토는 초토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우리는 한다면 한다”며 보복을 다짐했다.
GIA의 악명은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다.
94년 12월 에어 프랑스 항공기 납치사건,지난해 7~10월사이 8차례나 이어진 프랑스의 연쇄 폭탄테러사건등이 모두 그들의 소행이었다.올해 들어서도 지난 4월 알제리에서 7명의 프랑스인 선교사를 집단학살했고 지난 3일 파리 시내 의 고속지하철에서 폭탄테러를 감행해 4명의 사망자와 91명의 부상자를 냈다. 당시에도 GIA는 프랑스가 알제리 내정에 간섭한다는 이유로.성전(聖戰)'을 선포하고 무력 응징을 다짐,실행에 옮겼다.GIA가 프랑스를 테러 표적으로 삼는 것은 프랑스가 알제리의 집권 군부정권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GIA는 자신들을 탄압하는 군부가 91년부터 지금까지 정권을유지하는데는 프랑스의 정치.경제적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믿고 있다.식민종주국이었다는 구원(舊怨)도 만만치않다.
따라서 이번 경고도 또 다른 연쇄 테러의 서곡이 될 수 있다고 프랑스정부는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 10월 보르도시청에 폭탄테러를 자행한 코르시카민족해방전선(FLNC)과 프랑스가 스페인정부와의 공조수사로 조직원 검거에 나선 바스크 분리 무장조직(ETA)의 위협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프랑스 당국은 따라서 이미 군.경 합동순찰에 들어갔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관공서등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파리=고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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