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경주驛舍 끝없는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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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18일 울산시민의 반대로 무산됐던.경부고속철도 경주역사선정을 위한 공청회'(교통개발연구원 주최)가 경찰의 경비지원을받아 23일 강행됐다.토론자들은 교통개발연구원이 제시한 4개 역사후보지 대안중.화천리'를 일단 가장 나은 후보지로 꼽았다.
정부의 선정절차만 남겨 놓은 셈이지만 경주우회가 과연 타당한가하는 원천적인 문제에서부터 아직 남은 문제들이 많다는 지적이다.경주역 선정과정과 예상되는 문제점등을 정리했다.
[편집자註] .북녘들.이조리.건천읍.덕천리.방내리.안심리.상신리.화천리…'.
경부고속철도 경주역으로 거론된 지역이 이처럼 많다.새로운 경주경유노선을 연구한 교통개발연구원은 23일 공청회에서 이들 가운데.화천리'를 가장 적절한 후보지로 내세웠다.
울산시민들의 격렬한 반대를.공권력'으로 잠재우며 강행된 공청회에서 문화계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 토론자는“다른 대안에 비해매장문화재 수(數)가 훨씬 적은 화천리를 최적 후보지”로 일단꼽았다.그렇다고 지금부터 경부고속철도가 탄탄대 로를 달릴 수 있을까.걸림돌이 많다며 회의적인 대답을 하는 전문가가 의외로 많다. 우선.화천리'가 그동안의 갈등을 없앨 수 있는가가 문제다. 무엇보다.울산역'이 새롭게 불거질 전망이다.울산역문제 때문에 18일 공청회는 개회도 못한 채 무산됐고,23일 다시 열린 공청회도 공권력을 투입해야 할 정도로 울산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울산시민들은 당초 생각했던 역사후보지보다.시간으로 5분거리'만큼 울산시와 멀어진 연구결과를 놓고 두번씩이나 조직적으로 공청회를 방해한 것이다.이미.경주역은 덕천리'라고 알고 있었던 내남면민들도 분노했다.
울산시민들은 시의회.시청버스를 타고 회의장인 경주 육부촌(六部村)으로 몰려와“울산시와 먼 화천리는 안된다.가까운 덕천리에역을 두든지 아니면 울산역을 신설하라”고 요구하며 격렬하게.화천리 반대 시위'를 한 것이다.
경산.언양.범어사의 유적도 새로운 문제로 부각될 듯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대 이선복(李鮮馥.고고학)교수는“화천리는경주통과방법으로는 바람직한 대안”이라며 찬성을 표시했다.그러나李교수는“정작 문제는 경주시계를 벗어난 구간에 있다”며“경산.
언양쪽으로 청동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문화유 적이 널려 있다”는 주장이다.이를 모두 발굴하려면 5년은 넘게 걸려야 하고,또 범어사 통과구간에도 문제가 있다고 귀띔하고 있다.
연세대 유완(兪浣.교통공학)교수도“경주시내에서 고르라면 화천리가 좋다.그러나 고속철도는 원래 대구~부산을 직결(直結)해야했다”며“당초 경주를 경유하는 노선 결정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90년 6월 경부고속철도 경주경유가 결정된 이래 노선.역사를 둘러싸고 건교부.문화계.경주시민간의 갈등은 그칠새가 없었다. 당초 정부는 형산강노선을 건설하며.북녘들'에 신도시(1백40만평)를 개발해 건설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이는곧 문화계 인사들의“고도(古都)경관을 훼손한다”는 반대에 부딪쳤다.당초에는 별 이견을 달지 않고 유적발굴(시굴) 허가까지 내줬던 문화재관리국도 문화계인사들의 반대가 격해지자 .내줬던 허가를 취소'하고 노선을 건천지역으로 우회할 것을 요구했다.
건교부는 그러나 계속 형산강노선을 주장하며 역사만.이조리'로물러서는 양보를 했지만 이번에는.남산경관'에 막혀버렸다.고고학회.미술사학회를 비롯한 문화계인사들은“경주통과를 백지화하고 대구~밀양~부산으로 직행하라”는 토론회.추진대회. 서명운동등을 활발히 벌였고,지난 3월에는 정부에 청원(請願)까지 했다.문체부도 이에 동조,건천읍에 역을 두고 문화재를 피해가는 노선을 다시 개발해줄 것을 거듭 건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경주시민들은.고속철도 조기추진 결의대회'를 여는등 기존건교부 방침을 고수할 것을 주장했다.그동안 문화재보호지구였기 때문에 불가능했던 경주개발 붐이 고속철도 건설을 계기로 한번 일기를 바란 것이다.
***慶州선 기존案 고수 요구 시민단체도 나섰다.경주 경실련신경준(辛卿俊)사무국장은“노선.역을 건천읍쪽으로 유치해 문화재도 보호하고 개발도 하자”고 주장하며,건천읍으로 경주고도 주민을 이주시켜 고도를 한번 멋있게 복원해보자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처럼 경주역 입지를 두고 건교부.문화계.경주시민의 다툼이열기를 더해가자 정부는 지난 6월 새로운 경주경유노선을 선정키로 결정했다.그러면서.세가지 조건'을 붙였다.
연구를 맡을 교통개발연구원에“경주경유구간 68㎞를 새로운 노선으로 변경하되 ▶문화재 훼손을 최소화하고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이 있으며 ▶역은 경주시 행정구역내에 두되 포항.울산주민의교통편익을 도모할 수 있는 위치에 두어야 한다” 는 조건을 붙인 것이다.
교통개발연구원은 이 조건을 충실히 지키며.화천리'를 고안해냈다.그러나 이같은 전제조건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전문가들은 경주역을 확정.발표하기 전에 앞뒤를 더 살펴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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