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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두 바퀴로 함께 가는 길

중앙일보

입력

텐덤바이크라는 말은 생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산 호수공원이나 한강변에서 두 사람이 함께 자전거를 타는 풍경은 낯익다. 이게 바로 텐덤바이크. 연인들끼리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마침맞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데도 제몫을 톡톡히 하는 기특한 자전거다. 곽현정(35) 씨도 바로 그 같은 이유 때문에 최근 텐덤바이크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낸다. 실로암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들과 정기적으로 텐덤바이크를 탄다는 곽현정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Walkholic(이하 WH): 텐덤바이크를 타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곽현정(이하 곽): 평소에도 자전거를 즐겨 탔습니다. 자전거 동호회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실로암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해서 복지관을 찾았는데 처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죠. 복지관 담당자도 함께 할 봉사자들이 없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요. 그래서 네이버 카페 ‘자출사’와 다음 카페 ‘자전거와 사람(cafe.daum.net/bp)’, 그리고 ‘도싸(ttp://www.corearoadbike.com)’ 등을 통해서 지원자를 모아보자고 생각했어요. 의외로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제는 금세 봉사 지원자들이 마감됩니다. 지난 2007년 10월부터 했으니 이제 꼬박 1년이 지났네요.

WH: 텐덤바이크 봉사활동은 보통 어떻게 진행하나요?
곽: 보통 4~6월, 9~11월 셋째 주 토요일에 모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약 10여 명 정도지만, 봉사자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죠. 비장애인 봉사자가 앞자리에 타서 방향을 조정하고, 시각장애인이 뒷좌석에 타서 페달을 함께 밟죠. 서포터를 해줄 사람, 사진을 찍어줄 사람 등을 포함해서 서른 명 정도가 함께합니다. 한번 라이딩을 나가면 왕복 15km 정도를 달리고 돌아옵니다. 텐덤바이크는 처음이라도 누구나 쉽게 탈 수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어요. 보통 4~5시간 정도면 모든 일정이 끝이 납니다. 텐덤바이크는 실로암복지관에 별도로 준비가 돼 있어요. 사회단체 등에서 기증받은 자전거들이죠.

WH: 주로 어떤 코스를 이용합니까?
곽: 매월 장소를 바꾸는데, 주로 한강, 구리, 강촌 등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합니다. 이런 곳들이 비교적 시각 장애인들과 텐덤바이크를 타기에 안정적인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라이딩을 떠나기 전에 1차적으로 사전 답사팀이 답사를 합니다. 루트를 정하고, 위험한 길은 없는지 시간은 어느 정도 소요되는지 등을 파악하죠.
함께 탄 파트너와 신나게 수다를 떨면서 잠실대교 아래서 간식을 먹기도 하고, 서울숲에서 사슴들에게 먹이고 줍니다. 거창하게 봉사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즐기면서 추억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타죠. 매우 유쾌하고 가슴 따뜻해지는 경험이에요. 할 때마다….


WH: 시각 장애인과 함께 텐덤바이크를 탈 때 유의사항이 있나요.
곽: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방법 등 주의사항을 라이딩 전에 복지관 담당자로부터 전달받습니다. 앞선 텐덤바이크와 뒤따라오는 텐덤바이크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도록 신경을 많이 씁니다. 뒷자리에 탄 파트너에게 주변 경관도 생생하게 얘기해주어야 하죠. 텐덤바이크는 일명 ‘업힐’을 제외하고는 그리 어렵지 않게 운행할 수 있습니다.
텐텀바이크를 함께 타는 봉사자 말고 서포터가 해야 할 일은, 복지관 담당자와 잘 상의를 해서 미리 이동방향과 루트 등을 짜는 것이죠. 텐텀바이크 봉사자가 파트너의 안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전후방 교통통제 안전요원 역할까지 담당해야 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건, 시각장애인 한 명에 서포터 한 명이 짝 지워지는 것인데, 아직 그 정도까지는 못하고 있어요.

WH: 텐덤바이크 봉사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곽: 장애인-비장애인의 교류를 확산시켜서 친목을 도모한다는 일차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장애 때문에 평소에 운동을 할 기회가 없는 시각장애인들이 텐덤바이크를 타면서 유산소운동도 하고 하체 근력을 단련시킬 수도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레포츠 개념으로 즐길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데 그런 활동 기회를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내심 자부심도 느낍니다. 이런 식의 자전거 타기도 있다는 게 많이 알려져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만남이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외국에서는 이미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텐덤사이클이 제법 활성화돼 있거든요. 우리도 그런 문화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TIP 실로암 시각장애인복지관 생활체육지원센터에서 정기적으로 ‘텐덤바이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만 60세 이하의 중복장애가 없는 등록 장애인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워크홀릭 담당기자 장치선 charity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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