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가자! 미국 유학 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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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물어도 준치, 썩어도 생치’란 말이 있다. 미국 유학시장이 그렇다. 환율이 요동을 쳐 동남아·유럽이 뜬다고 하지만 조기유학 선호국가 1위는 미국 차지다. 국내의 특목중·고 입시뿐 아니라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진학에 유리하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순위 또한 요지부동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의 얘기를 통해 유학 생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자.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분 좋은 유학
 나는 지방에 살고 있어 아무래도 서울의 강남 같은 영어교육 혜택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나는 자신있었지만, 부모님은 나의 영어실력이 서울의 아이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으셨다. 결국 부모님의 권유로 미국 동부 뉴저지로 유학길에 올랐다.
 막상 와 보니 부모님 말씀처럼 서울의 또래들의 영어실력이 훨씬 못 미침을 실감했다. 처음에는 은근히 화도 나고 질투도 났다. 특히 기숙사내 한국말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친구들끼리도 하루 종일 영어만 써야 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뭘 물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마이클이라는 같은 반 남자아이를 사귀게 되었다. 필드트립(견학)하면서 뉴저지 주 대표 야구팀 아이언피그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린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점점 학교가 재미있는 곳으로 바뀌어갔다. 단어와 문장이 조금씩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 전 필드트립 중 유엔에 대한 에세이 과제가 주어졌다. 실제 뉴욕에 있는 유엔빌딩을 다녀온 후 세계가 물 부족으로 많은 어린이들이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엔이 아프리카 국가에 펌프시설을 만드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우리나라가 유엔에 돈을 지원하는 11번째 국가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내가 더 열심히 하면 금방 세계 1위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도 해봤다. 미국 유학생활은 단순히 영어를 배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문화와 역사, 사회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값지고 보람된 기회가 되고 있다.
하서영(광주 운천초 5학년 중 유학)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느낌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싶었던 나는 우선 필리핀에서 7개월 동안 영어 말하기와 쓰기 기초를 다지고, 미국 학교로 가는 프로그램 을 선택했다. 영어도 잘 안 되는 상태에서 미국에 가 헤매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선생님과의 1:1 수업, 가족 같은 친구들…. 필리핀 홈스쿨링 생활에 점점 익숙해 질 무렵 미국으로 떠나야만 했다. 미국 학교에 다닌다는 것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필리핀의 자유롭고 편한 홈스쿨링 생활에 익숙해져 막상 미국으로 떠나려 하니 두렵기도 하고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 서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난 활발한 성격임을 자부하지만 처음 일주일은 정말 어색하고 ‘내가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걱정스러 워 말도 잘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미국 친구들도 나랑 사정 은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미국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보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면 더 수줍어한단 사실을 알았다.

한 달쯤 지나니 한국 학생이나 미국 학생이나 다 비슷하다는 사실 을 깨달았다. 이제는 친구들과도 많이 친해져서 하루 종일 학교에 있고 싶을 정도다. 지난주에는 반 단체로 뉴욕 타임스퀘어의 브로드웨이에 다녀왔다. 하늘을 막 날아다니면서 마치 마술쇼 같았던 ‘메리포핀스’ 뮤지컬을 보고, 꿈에 그리던 자유의 여신상도 보았다. 실제로 직접 내 눈으로 본 뉴욕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이곳도 한국처럼 곳곳에 단풍이 예쁘게 들고 있다. 다음 주에는 프린스턴 대학을 탐방하기로 했다. 아마 두꺼운 안경을 쓴 대학생들이 주위에 가득할 것 같다. 나도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그런 대학에 꼭 가 고 싶다. 처음 유학을 오게 된 이유는 내 의지보다는 엄마·아빠의 권유 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더 신이 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외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하루하루가 너무 흥미진진하다..
박재영 (부산 개화초 4학년 마치고 필리핀 미국 연계유학)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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