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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소재 못 따져도 혼인 파탄 땐 이혼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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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 이옥형 판사는 “아내가 내가 다니는 교회를 사이비 집단으로 매도하고 가출했다”며 남편 이모씨가 아내 최모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이혼 판결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통상 법원은 이혼 소송이 들어오면 부부 중 어느 한쪽에 책임이 있는지를 따져 이혼 또는 기각 판결을 한다.

하지만 이 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그는 “이 사건에서 남편과 아내 어느 한쪽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 났고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남편과 아내가 모두 이혼을 원하고 있다”며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 판사와 같은 논리를 ‘파탄주의’라고 한다. 파탄주의는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을 가려야 한다는 ‘유책주의’와 대비된다.

대법원은 ‘유책주의’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올 초 주부 홍모씨가 남편 임모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이혼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홍씨는 1970년 결혼한 뒤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77년 집을 나와 84년에 다른 남성과 자녀를 낳고 현재까지 함께 살고 있다. 중혼 기간이 20년이 넘어 부부의 재결합이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데도 대법원의 입장은 확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심이 부부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홍씨의 잘못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도 이혼 판결을 내린 것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혼인의 본질은 부부간의 애정인데 유책주의는 국가가 이미 죽어버린 혼인에 인공호흡기를 달아놓고 ‘살아있다’ 또는 ‘살아나라’고 강변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파탄주의·유책주의= 혼인 관계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 경지에 이르렀다면 책임을 불문하고 이혼해야 한다는 것이 파탄주의. 이에 반해 유책주의는 혼인 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가 이혼 제도를 악용할 수 있는 점을 들어 상대방의 유책 사유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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