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인계 작업하는 부시 참모의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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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당선인은 자기를 도왔던 사람들에게 보상하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그러나 백악관과 행정부 인선 작업은 누가 가장 일을 잘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인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인선의 질을 높이려면 로비스트나 이해 당사자를 배제하는 게 중요하다.”

백악관의 클레이 존슨(사진) 관리·예산 담당 부국장은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진영에 이 같이 조언했다고 백악관 소식통이 8일 밝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였을 때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한 부시의 정권 인수 작업을 지휘했던 존슨은 백악관에서 정권 인계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20일 출발하는 차기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걸 예방하려면 늦어도 12월 중순까지는 백악관의 주요 보좌관을 인선하고, 차기 행정부를 운영할 핵심 조직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오바마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또 “각료 인선 작업은 크리스마스 때까진 마무리 짓고, 대통령 취임식 열흘 전인 내년 1월 10일까지는 상원 인준 청문회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존슨은 그 밖에 정권 인수 작업을 하는 대통령 당선인 측이 유의해야 할 점을 최근 백악관 홈페이지에 실었다.

“차기 행정부의 20일 계획, 100일 계획, 180일 계획을 세워라. 새 대통령이 에너지와 시간을 어디에 쏟아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 둬야 한다는 얘기다. 현직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을 검토하는 팀을 만들어라. 새 대통령의 정책과 구상에 따라 철회될 행정명령은 어떤 것이고, 새롭게 발표할 행정명령은 무엇인지 정해야 한다. 각료가 내정되면 그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모두에게 자신 있는 출발이 이뤄진다는 확신을 심어 줘야 하기 때문에 정보를 잘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내년 4월까진 행정부의 최고위직 100명, 8월까진 400명에 대한 상원 인준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정하라. 그러나 뜻대로 안 돼 실망할 수 있다는 각오도 해야 한다. 역대 어떤 행정부도 4월까지 행정부 고위직 25명 이상, 8월까지 240명 이상 인준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대통령 당선인의 보좌팀은 자기 후보를 찍을 유권자에게만 관심을 기울였으나 이젠 자신들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게 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듣도록 노력하고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시장 등과의 교신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특히 의회의 충고와 제안, 질문에 쉬지 않고 반응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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