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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분야 + IT …‘컨버전스형 인재’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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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 CNS 송선옥 부장은 간호사 출신이다. 1984년부터 17년간 연세의료원에서 일했다. 이런 그가 지금은 20여 명의 엔지니어를 이끄는 첨단 의료 솔루션 개발팀장이 됐다. 그는 “의사와 엔지니어는 사용하는 용어부터 다르다. 나의 일은 양쪽의 전문지식은 물론 업무 프로세스, 조직문화까지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일종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부장은 대표적인 ‘컨버전스형 인재’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산업 전 분야에 정보기술(IT) 바람이 불고 있다.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방한한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향후 10년은 IT와 타 산업이 결합하는 혁신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분야별 전문성과 IT 지식을 겸비한 인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도 컨버전스형 인재들이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 이유다.


컨버전스형 인재들은 대개 ▶자신의 전문분야와 IT 간 결합에 대해 고민해 왔고 ▶IT 관련 독서 및 동아리 활동, 교육으로 경쟁력을 꾸준히 키웠으며 ▶인맥·헤드헌팅사 등을 통해 주요 IT 기업에 취업할 기회를 능동적으로 낚아챈 사람들이다. NHN의 김강근 대리도 그중 한 명. 열일곱 살 때 프로기사가 된 그는 PC게임 초창기부터 바둑을 게임화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98년 바둑게임이 생기자 온라인 동호회 등을 통해 자신의 바둑 지식과 게임 서비스에 대한 식견을 적극 펼쳐보였다. 이를 계기로 NHN의 바둑게임 서비스 기획을 맡게 됐다.

KTF의 이상협 과장은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하며 두 장의 음반도 낸 작곡가 겸 가수다. 응용통계학과 졸업 뒤 회사원으로 살면서도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급기야 2002년 미국 뉴욕대로 유학을 떠나 음악 비즈니스 석사학위를 받았고, 음반제작사 ‘예당’에 근무하다 2005년 KTF 음악사업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LG CNS에서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디지털미디어 사업 개발을 맡고 있는 최병용 부장은 옥외광고기획사의 영업맨이었다. 그는 “평소 옥외광고와 IT를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LG CNS가 LED를 이용한 전자 현수막 사업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전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들과는 반대로 IT 전문성을 타 분야에 접목시켜 성공한 예도 있다. LG전자 디자인연구소의 허병무 책임연구원은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1997년 회사가 엔지니어들의 디자인 감각 향상을 위해 영국 연수를 보내줬는데, 이를 계기로 전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LG그룹의 PC 브랜드인 X노트 디자인을 총괄해 독일 레드닷 디자인상을 5회 수상하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핸디소프트 곽도훈 부장은 “소프트웨어 개발도 일종의 서비스업”이라며 “컨버전스형 인재는 각 산업 분야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지식경제부는 내년 중 IT 융·복합 인력양성센터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컨버전스 인재 육성을 목표로 ‘신 ETRI 멤버십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이나리 기자


◆컨버전스형 인재=자신의 전문분야와 첨단 IT를 접목해 새로운 가치와 산업을 창출하는 디지털 융·복합형 인재를 말한다. 업종을 초월한 연구개발로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미래 산업을 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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