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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知的장애인들 “일터를 달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7호 12면

#1. 올 7월 초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에서 만난 경기도 안산시의 최모(44·지적장애 2급)씨. 복지관 하계 캠프 참가차 부산에 가는 중이라는 그는 부족한 인솔 교사를 대신해 다른 지적장애인 참가자들을 돕고 있었다.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최씨였지만 특수학교에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마친 20대 중반부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보호작업장을 맴돌고 있는 처지다. 사회복지사 정모(30)씨는 “최씨는 우리 복지관 지적장애인 사이에서는 사회 적응 능력이 매우 우수한 편”이라며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고 안타까워했다.

#2. 성격이 활발해 특수학교에 다닐 때도 친구가 많았던 이수진(22·여·지적장애 2급)씨는 얼마 전까지 피자 전문업체의 서빙 직원으로 일했다. 이씨는 그러나 “내가 한심해 보인다”며 기껏 얻은 직장에 2개월 만에 스스로 사표를 냈다. 주문을 받고 서빙하는 과정에서 뭔가 다르게 보인 이씨는 손님과 다른 종업원들이 던지는 시선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 게다가 스스로를 동료 종업원과 비교하며 점차 자신감마저 잃어버렸다. 이씨는 특수학교 교사의 권유로 노인치매센터에 다시 취직하긴 했지만 역시 몇 달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뒀다. 이번엔 고용주가 3개월 동안 임금을 체불했던 것이다. 이씨는 “솔직히 비장애인과 똑같이 일할 수는 없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이번엔 요양보호소 취업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수원 자혜 직업재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들. 수수깡 한 세트 조립 시 8원을 손에 쥐게 된다.

2005년 정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업재활 서비스를 받은 지적장애인의 취업률은 58%에 불과한 반면 실업률은 41%에 이르렀다. 지난 4월 장애차별금지법이 발효됐지만 장애인 취업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은 여전하다. 수원농생명고 특수학교의 윤순천(32) 교사는 “지적장애인은 다른 장애인에 비해 오히려 집중력이 강한 경우도 있는데 의사소통이 힘들고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조건 취업을 거절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자폐성이 매우 심한 중증장애인은 사업체들이 받기를 꺼리기 때문에 고용지원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중증의 지적장애인은 장애인 고용을 위한 정부기관에서조차 찬밥 신세”라고 비판했다. 고용지원이란 중증장애인의 고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취업한 중증장애인에게 공단이 3~7주 동안 각종 편의 서비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 지적장애인의 낮은 취업률은 어설픈 고용지원 프로그램에도 그 원인이 있다. 고용주에 지원 혜택도 많이 주지 않으면서 비장애인과 업무 효율성이 비교될 수밖에 없는 일반 직종에 무리하게 취업시키려는 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은 지적장애인이 취업할 만한 직종을 따로 개발하고, 이들의 취업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며, 취업한 장애인에게는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하나의 대안으로 2005년부터 ‘장애인 중심기업’ 육성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다. 업체당 최소 2억5000만원에서 최고 10억원까지 지원함으로써 장애인 10명(중증장애인 50%) 이상을 신규 고용해 장애인이 직원의 다수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남 완주군, 창원시, 포항시에서 시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숭실대 유수현(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성인 지적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고용업체를 만드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장애인 사회보장비용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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