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다시시작하자>上.드러난 헛 자존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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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혹시나 했던 한국축구가 결국 참담하게 주저앉았다.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다.이번 충격을 교훈삼아 거듭나야 한다.한국축구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바를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註] 한국축구의.거품'이 걷혔다.
제11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은 예상밖의결과였다.한국은 초반부터 자타가 인정하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1승1무2패에 득점 7점,실점 11점으로 8강전 침몰.아시아지역에서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3회 연속 진출한 아시아 최강의 위세가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94미국월드컵에서 독일.스페인등 세계적 강호들을 끝까지 물고늘어지던 강렬한 이미지,일화의 아시아.아프리카 통합 클럽챔피언등극,96애틀랜타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승,96아시아청소년(19세이하)축구대회 우승등 계속된 환희의 잔영이 채 가시지않은 상태에서 당한 어이없는 결과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크다. 이번 결과는 경기력 수준에서 한국의 국제적 수준을 실감케했다.한국은 시종 무기력했다..종이호랑이'라는 이곳 언론의 보도가 적절했다.
박종환감독의 용병술과 전술능력도 문제였지만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수준이 중동국가들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개인기.주력.체력등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특히 경기의 기본인체력은 비교조차 하기 힘들었다.그러니 전술이나 개인기가 침투할여지가 없었다.
박감독은“리그가 끝난 뒤 쉴틈없이 강행군한 것이 패인”이라며“최소한 1개월 이상의 체력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리가 있는듯 보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의 국내 프로리그는 살아날 길이 없다.
게다가 이란.쿠웨이트등이 오로지 이번 대회를 위해 훈련해온 것도 아니다.
그들도 프로든 아마추어든 국내리그를 하고 있고 지난 10월에는 걸프컵축구대회를 벌이는등 일정상 한국보다 더 빡빡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감독의 설명은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유럽이나 남미축구를 보라.
결국 실력차에 의한 패배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또 그실력차는 선수 개개인의 철저한 프로의식 실종에서 찾아져야 한다.선수들은 스스로 체력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 모이더라도 정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이유는 간단하다.선수들의 체력관리는 연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14년째 프로리그를 마쳤지만“여전히 아마추어”라고들 한다.선수들의 자율적인 관리가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다.
대표선수들은 모두 국내에서 정상급이었지만 자기관리에 실패했음이 이번 대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국내 리그에서는 노련미를 바탕으로 신인들을 앞세워 버틸 수 있었지만 국제무대에서 통할리 없다.
정신력도 프로답지 못했다.스타의식에 젖어 자신이 최고라는 자존심만을 내세웠다.프로가 돼 살만하니 헝그리 정신도 실종,한국축구의 전매특허였던 투지도 사라졌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그러나 8강전에서 이란에 당한 한국축구사에 전례없는 대패는 오히려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충격파를 강하게 던졌다는 점에서 약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태로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98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에서 본선진출을 기대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재무장이 필요하다.
[두바이(UAE)=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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