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연극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그루센카役 정경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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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정열과 욕망,순수와 요염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지요.복합적 성격인 만큼 내면의 힘이 솟아나요.”배우 정경순(33)이 털어놓은.그루센카'(동숭홀에서 공연중인 연극.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중)의 인물론을 듣다보면 바로 자신의 이야기로 돌 아가는 듯하다.길지 않은 연기경력(90년 여인극장의.귀로'로 데뷔)에도불구하고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몇편의 출세작에서 그의 개성은 다층적인 모습으로 빛났다.
이를테면 영화.태백산맥'에서 빨치산두목 염상진의 아내 죽산댁은 억세디 억센 토속적 여인네였다.그러더니 연극 .욕탕의 여인들'(95년)에서는 어느덧 반라의 연기도 불사하는.화끈한'여자로 바뀌어 있다.
가슴 저미는 지순한 사랑도 할 줄 안다.올해 초여름 산울림 무대에 올랐던.돌아서서 떠나라'에서 그의 역할은 사형을 앞둔 폭력배 두목과의 처절한 사랑이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오가며 애정행각을 유도하는.그루센카'는 정경순 연기의 종합판과 같다.별개의 작품에서 보여줬던다양한 인물상이 하나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두달간 맹렬히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어요.이런 노력도 동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에 묻혀버리기 십상이지만 정말 재미있게 일했지요.이번 작품을 하면서 정통극이 보다 많아져야 한다는 사명감도 느꼈고요.”정경순의 연극관은 비교적 뚜렷하다 .바로 뮤지컬이나 코미디등.비주류'보다 리얼리즘 계열의.정극'에 집착하는 것.거기에 진짜 연기의 맛이 있고 갈 길이란 생각에서다.
“내년 2월 공연이 끝나면 연극은 좀 쉴 생각이에요.이것 저것 공부도 좀 하구요.” 다작보다 과작형 배우인 그는 개성과 잠재력이 큰 만큼 앞날이 열린.좋은 배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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