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한국도 제3국 貧民에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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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귀국후 우리가 지은 학교에서 뛰놀던 원주민 어린이들의 모습이 자꾸 가물거려요.교사(校舍)가 완성되던 날의 감동은 아마도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지난 7월부터 중남미 벨리즈에서 3개월간 자원봉사활동을 벌였던 영국인 조 크로퍼(24.여.사진). 그녀는 삶의 한조각을 선뜻 베어 제3국 빈민들을 위해 기꺼이 바칠 준비가 돼있는 수많은 유럽 젊은이중 하나다.
영국 사우스햄튼 출신으로 대학에서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전공했던 그녀가 이국의 불쌍한 이웃들을 돕겠다고 결심한 것은 지난해말. “대학 졸업후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 미지의 세계를 돌아보고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부친이 외교관인 덕에 어릴적 한국.미얀마.쿠웨이트등 각국에서살아본 경험이 있으나 중.고교시절부터는 영국에 정착,이국(異國)의 문물을 실감있게 접할 기회는 생각보다 적었다고.
그래서 지난 7월 중남미에서의 봉사활동을 자원해 동료 15명과 함께 벨리즈의 오지인.산루카스'지역에 파견됐다.
과거 영국령 혼듀러스로 불리던 이 나라는 넓이가 남한의 10분의1에 불과한 작은 나라다.
크로퍼에게 주어진 임무는 산루카스에 콘크리트로 된 초등학교 교사(校舍)를 짓는 일.
고이 자란 그녀는 물론 콘크리트를 이기고 벽돌을 쌓는 고된 일은 전혀 한적이 없었다.
“땅을 파 만든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큰 고역이었지만각국에서 모인 동료들과 함께 땀흘렸던 그 시절은 영원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흐뭇해 한다.
이처럼 아프리카.중남미등의 오지에 들어가 봉사활동을 펴는 유럽 젊은이들은 무수히 많다.
영국의 대표적인 해외봉사자 파견기구인.랄리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자원봉사 희망자가 2만~3만명에 달하며 유럽 전체에서는 10만~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제3세계를 찾는데는 인도주의적인 동기 외에 스스로에게큰 도움이 된다는 실리적 측면도 크게 작용한다.
드넓은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만도 삶의 큰 밑천이 될거라는 생각을 이들은 갖고 있다.
이와함께 일반회사들도 이같은 해외봉사 경험을 훌륭한 경력으로인정,채용에서도 혜택을 주고 있다.
“서울에서도 생활했지만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그녀는“한국 젊은이들도 이젠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빈곤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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