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프라를세우자><전문가제언>11.한국근대문학관 건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지난 10월초 문학평론가 권영민(서울대교수)씨는 난감했다.근대문학관 건립취지와 계획을 추진위원회에서 발표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 모임이 무기한 연기돼버렸기 때문이다.근대문학연구,특히 자료정리 분야에서 추종을 불허하는 권씨는 근대문학 관의 필요성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었다.자료의 체계적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문학연구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라는 단체의 폐쇄성과 한계를 느꼈습니다.젊고 활동적인 문인들이 배제돼 범문단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데 문제가 있습니다.지금부터라도 대표성을 띠는 범문단적 설립위원회를 만들어 문인들의 뜻을 모으고 나중에 사회 각계각층의 지원을 요구해야 되리라 봅니다.” 문단의 뜻이 결집되지 않아 올해는 계획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문학의 해 조직위원회 실무자 또한 범문단적으로 공식적인 성격을 띠지 못해 무산됐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문단이 순수문학과 참여문학 양쪽으로 나뉘어 있는 상태에서 한쪽 진영으로 쏠린 조직위원회 구성이 결국 올해 근대문학관 건립 계획을 각계에 설명하지도못하게 만든 것이다.
“선진국에 수없이 널려 있는 종합문학관은 물론 유명문인 기념관에서 볼 수 있듯 문학관은 단순히 문학유물 보존 차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자료보존을 통해 연구가 이뤄지고 다시 그 연구성과는 오늘의 문학작품으로 흘러들어 전통을 잇게 합니 다.또 많은 관광 혹은 관람객에게 문학을 마음의 고향으로 느끼게 해 인간의 심성을 계발해내고 있습니다.문학적 차원을 넘어 문학관은 이렇게 사회적 순화기능도 떠맡고 있는 것입니다.” 문학관은 문학유물을 보관.전시하는 박물관적 차원을 넘어서고 또 단순한 문학적 차원을 넘어 국민 정신.정서 순화에 한몫을 해낸다는게 문학평론가 홍기삼(동국대교수)씨의 설명이다.문단 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문학관 건립에 좀더 관심 을 가져달라는 부탁이다.
한편 서울에서 문학관 부지 선정이 어렵게 되자 조직위원회 측은 서울 주변 도시도 고려한 적이 있다.그러나 박물관이나 기념관등 문화시설은 일반인의 접근이 용이한 곳에 위치해야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