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2억6천만원 갚을 길 없어 교수부인 스스로 파산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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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40대 주부가 거액의 빚을 갚을 능력이 없자 자신의 사회적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빚을 탕감해 달라는 파산선고 신청을 법원에 냈다.이는 외국에서 심각해지고 있는.소비자 파산'이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한 것으로 법원의 결정이 주목된다.
.소비자 파산'이란 소비행위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질 경우 법원이 결정하는 것으로 파산자는 공무원.변호사.회계사.기업체 이사.가족법상 후견인등이 되는 각종 공.사법상 자격이박탈되며 금융기관 신용이 없어져 사회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되는 제도.일본에서는 거품경제가 걷힌 후인 92년께부터.소비자파산자'가 나타나 지난 한햇동안 4만여건이 신청됐었다.
전직 간호사 玄모(40.여)씨는 10일“J은행.K신용카드등 12개 금융기관과 사채업자 2명등에게 진 빚 2억6천5백만원을갚을 길이 없으니 파산선고를 해달라”고 서울지법에 신청했다.
玄씨는 올초까지 서울 B병원 간호사로 근무했고 남편도 K대학교수여서 안정된 사회적 신분을 이용,신용거래에 의해 빚을 졌음에도 파산선고를 신청해 금융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玄씨는 신청서에서“직장까지 그만두고 퇴직금 3천4백만원을 받아 오빠 사업자금 명목으로 빌린 돈을 갚았으나 오빠가 지난 6월초 잠적해 더이상 갚을 길이 없다”고 파산신청 이유를 밝혔다. 玄씨의 남편인 李교수도 이미 처남의 빚보증을 선데다 재산이없어 갚을 길이 막막하다는 것.
이에따라 법원이 심리를 거쳐 玄씨에 대해 파산선고하면 나머지빚은 전액 탕감되는.면책'을 받게 된다.또 현행 부부별산(夫婦別産)제에 따라 玄씨의 경우 남편 재산은 빚갚는데 사용할 수 없다. 사법정책연구심의관 이기택(李起宅)판사는“파산제도는 과중한 빚을 진 채무자를 경제적.사회적으로 갱생시키기 위한 제도이나 재산을 빼돌렸거나 과도한 낭비로 인한 빚일 때는 면책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산선고를 받을 경우 사회적으로.매장'되는 것은 물론 파산선고자에게 재산이 생기더라도 채권자들에게 강제집행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게 된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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