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합병 관련 정부입장-부실 금융기관 도와주지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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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금융기관끼리의 합병이나 전환에 대한 정부입장은.강제로 시키지는 못하지만 안하고는 못배기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금융기관이 파산했을 때 예금자에게 1인당 2천만원씩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올들어 은행에서 증권.생명보험.상호신용금고등 거의 모든 금융기관으로 확대한 것이 이런 정부 의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예금자 보호장치를 만드는 대신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선 과거와 같이 정부가 도와주지 않고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금융기관 노조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부실 금융기관의 합병에 대해 정리해고제나 다름없는.고용조정제'를 도입하려 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가장 먼저 합병.전환이 일어날 곳은 은행.증권.보험등 대형 금융기관보다 신용카드.리스.할부금융등 여신전문기관 쪽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중 여신전문기관간에 쳐져있는 업무영역에 대한 칸막이를 모두 없애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이렇게 되면 예컨대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신용카드나 할부금융은 따로 있을이유가 없어져 자연스럽게 합병.전환의 바람이 일 어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은행.증권.보험.투신등 대형금융기관에 대해서는.대외개방'카드가 합병.전환의 촉매제 역할을 할 전망이다.98년말이면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진출을 막아온 방패막이가 모두 없어지게 되는 만큼 국내 금융기관도 살아남기 위해선 합병.전환을 통한 대형화.전문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행장 독주형태의 현행 은행경영체제를 주주(株主)가 중심이 되는 비상임이사제로 개편하려는데에도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은행의 합병.전환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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