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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송년리뷰>1.미술-개방앞두고 세계화 맞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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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20세기가 정치.경제의 시대였다면 4년뒤의 세계는 문화의 시대가 될것이라 한다.이제 문화는 서재.화실.무대로부터 뛰어나와삶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96년 한햇동안 우리가 만난 문화는 어떤 모습이었으며,내일은 어떤 옷으로 바꿔 입을 까.
[편집자註] 96년은 계속된 미술시장 불황에다 코앞에 닥친 미술시장 전면개방이라는 찬바람 속에서 보낸 한해였다.그러나 몇몇 대형화랑들이 국제아트페어에 활발히 참여해 외형적으로는 떠들썩하게 보낸 한해이기도 했다.미술계내에 크고 작은 싸움도 많았다. .오리지널 판화 공방'은 한국화랑협회 회원 제명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몰고 왔다.미술대중화를 내걸고 화랑협회가 지난해에 이어 마련한.5월 한집 한그림 걸기'에 갤러리 서미가 피카소와 칸딘스키의 판화를 1백만원에 판매한 것이 발단.협 회측은작가 사후에 만들어진 판화이므로.가짜'라고 규정하고 갤러리 서미에 중징계를 내렸다.서미측은 단순 복제와 달리 공방에서 찍은작품이므로.가짜'결정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이어 지난6월 학고재와 아트스페이스서울에서 열린 오윤 10주기 판화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어 법정싸움으로 번졌다.이 두 사건은 판화의 오리지널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미술평론가협회 간의.순수미술 논쟁'도 빼놓을 수 없는 사건.현대미술관의.올해의 작가전'에 무대미술가 윤정섭이 선정되면서 시작돼 거의 1년에 걸쳐 진행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외에도 소장품의 저작권 양도문제등으로 곤욕을 치렀다.
화랑가를 시끄럽게 했던 일은 서울국제미술제(Art International Seoul96.AIS) 개최.한국종합전시장(KOEX)과 가나화랑이 손잡고 외국의 주요 화랑이 대거 참가하는본격적인 국제아트페어를 12월중 개최하기로 했으 나 국내화랑보호를 내세운 화랑협회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결국 가나화랑이 빠지고 KOEX와 한국화랑협회 공동주최로 국내화랑만이 참가하는.96 서울국제아트페어(SIAF)'로 성격이 변질된채 5일부터9일까지 열리고 있다.
국내 화랑들은 미술시장 전면개방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나름대로 개방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2월에는 화랑협회 주최의.미술시장 개방에 따른 유통구조 개혁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미술인구 확대를 위해 경매제 도 입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왔다.신분노출이 시장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반대도 거셌으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과 비공개거래 관행등 화랑의주먹구구식 운영의 개혁차원에서 경매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우세했다.이같은 성찰을 바탕으로 경매붐이 일었다.3월 본격경매업체 한국경매주식회사가 고미술품 2백30여점을 경매에 부쳐낙찰률 40%에 매출 28억원을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국제적으로 한국이 주목받았던 행사는 10월 파리에서 열린 피악(FIAC).올해를.한국의 해'로 정해 한국에 대한 세계시장의 관심을 보여주었다.갤러리현대등 15개 화랑이 참여해 높은 판매실적을 올렸다.
지난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7세기초 조선시대 백자철화용문항아리가 7백65만달러(약63억5천만원)에 낙찰된 것도빼놓을 수 없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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