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 인천 연결 뱃길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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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인천과 충남 서해안 지방을 잇는 뱃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교통환경의 변화에 따른 승객 부족으로 더 이상 항로 유지가 어렵게 된 때문이다. 1978년 이후 이 뱃길의 명맥을 유지해 온 왕경해운은 올해 말 폐업신고와 함께 인천~난지도(충남 당진항 앞바다) 운항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내년부터 정부가 낙도 운항경비 보조액을 경쟁입찰제로 전환하기로 하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천과 충남 서해안 뱃길은 7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서산·태안에서 시외버스나 기차로 서울을 가려면 하루 해를 잡아 먹을 정도였다. 게다가 이 지역의 교육환경이 좋지 않아 초등학교만 졸업하면 4∼5시간 걸리는 뱃길을 따라 인천으로 유학하는 것이 붐을 이뤘다. 이 때문에 인천~서산 항로는 육로교통이 불편하던 당시 인천과 충청도를 잇는 ‘파이프 라인’이었다. 태안군 쇠섬이 고향인 안상수 인천시장도 초등학교 4학년 때 뱃길을 따라 인천으로 유학을 왔다.

인천의 인구 구성 비율에서 충청도 출신이 30%를 넘어서는 것도 이 뱃길 때문이다. 특히 서산·태안 등 충남 서해안 사람들이 충청도 사람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삽교방조제 개통 등으로 육로 교통이 차츰 좋아지면서 인천~서산 뱃길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70년대 후반 이후 이 항로의 유일한 여객선사였던 왕경해운도 90년대 후반 들어 노선을 인천~난지도로 바꿨다. 유학생이나 왕래객 대신 낚시객이나 섬 주민을 겨냥해 하루 한 차례(여름에는 두 차례) 운항함으로써 명맥을 유지하는 선이었다. 서산 출신의 유문혁(54·인천 충청포럼 사무국장)씨는 “한때 유학생들의 애환을 담았던 연안 항로가 완전히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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