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一家 집단탈출 달러받고 脫北도운 사회안전원.국경수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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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탈북자 17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 사회안전부 안전원 崔영호씨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崔씨는 金경호씨 가족은 아니지만 金씨 일가가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이후 줄곧 이들과 함께 행 동하며 홍콩도착까지 28일간의 탈북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는데 많은 기여를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전원 崔씨는 이들의 탈북을 적극 돕다가 신변위협을 느껴 아예 탈북행렬에 동참했다.
崔씨가 일행을 돕게 된데는 인민군 분대장 출신으로 사회안전부관계자들과 친분이 두터운 金경호씨의 장남 금철(30)씨의 끈질긴 설득도 한몫했다.
崔씨의 탈북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건 물론 북한당국이다.매수된 북한 기관원이 16명의 대가족 탈출에 길잡이 노릇을 했다는데서 체제유지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왔던 사회안전기관에 대한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최근 주민들의 생 활이 어려워지고 체제불만이 고조됨에 따라 이를 통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사회안전부의 역할을 강조해온 북한으로선 경악할 일이다.
탈출계획 수립에서부터 안전원이 달러에 넘어간 점도 그러려니와두만강을 지키는 국경수비대원이 뇌물을 받고 이들의 월경(越境)을 눈감아 준 것은 북한 체제내부의 총체적 부패상을 말해준다.
사회안전부는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기구로 일반치안은 물론 이른바.반혁명행위'에 대한 예방과 적발을 담당한다.지난해말 북한이 전국 사회안전기관원대회를 통해“온갖 계급적 원수들의 반항을 진압하며 당.조국.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위할 것”을 강조했던 것도 이런 역할이 점차 중요시 되기 때문이었다.
김정일(金正日)도 최근 사회안전부에“적대분자들에게는 무서운 맹수가 돼야 한다”며 본연의 역할을 강조한바 있다.
국가안전보위부와 함께 반체제 세력으로부터 북한체제를 지탱하는양축으로 불리는 사회안전부는 지난 48년 내무성 산하의 국(局)으로 출발,72년 사회안전부로 발족했으며 86년 노동당 비서국 산하에서 정무원 소속으로 개편됐다.현재 부장 은 북한군 차수(次帥)인 백학림(白鶴林)이 맡고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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