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밀가루제공 관련 시사저널 보도 영장기각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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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청와대가 북한에 밀가루 5천을 제공했다는 기사를 작성한 시사저널 이교관(李敎觀)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언론보도로 인한 명예훼손 범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원칙적으로는 일간신문등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은 형법상 처 벌대상이 된다. 그러나 그동안의 법원 판례는.기사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기사 작성때 진실하다고 믿었다면 무죄'임을 인정하고있어 설령 오보(誤報)라 하더라도 곧바로 명예훼손으로 단죄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해왔다.
李기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지법 홍기종(洪基宗)판사가 공공의 알권리 충족을 내세워“명예훼손을 하려는 의사가 없는한 기사가 다소 진실하지 않더라도 공권력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언론보도에 따른 책임문제를 바라보는 종래의 사법부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하지만 洪판사는“진실하다는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못박음으로써 언론자유에 대한 불가침성을 더욱확고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8월 대법원이 한겨레신문 사회부 이공순기자의 명예훼손 사건에서 무죄를 확정한 것도 이같은 사법부의 시각을 뒷받침해준판례라 할 수 있다.
李기자는 89년10월.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 이내창씨가사망하기 직전 안기부의 여직원과 동행했었다'는 기사를 보도한뒤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었다.
이 사건에 대해 원심과 항소심은“문제의 기사가 일부 허위보도였음은 인정할수 있으나 취재과정에서 기사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강용현(姜溶鉉)부장판사는“형법 제310조는언론보도가 공공의 이익을 다루고 성실한 취재과정에서 기자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객관적 증거가 있는 경우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취재원등이 허위사실을 기자에게 전하고 비록 진실한 사실이라도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기사정보를 기자에게 제공해 기사화된 경우 제보자에 대해서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하는 추세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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