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임꺽정'최고드라마로 왜 뽑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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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바람이 분다.심상치 않다.안방극장에 몰아치기 시작한 이 바람의 이름은.임꺽정'.SBS가 2년동안 기획.제작한 이 드라마는모두 36편중 이제 고작 여덟번째 이야기를 풀어놓았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벌써 그의 얘기를 시작했다.지난 달 26일 각신문.통신사 방송담당기자 45명은 이 드라마를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선정했다.무엇이 사람들 마음속에 임꺽정을 들여앉혔나.그의미를 짚어본다.
[편집자註] 왜 지금 임꺽정인가.
SBS가 2년동안 기획.제작한 이 드라마는 모두 36편중 이제 고작 8번째 이야기를 풀어놓았을 뿐이다.하지만 사람들은 벌써 그의 얘기를 시작했다.지난달 26일 각 신문.통신사 방송담당기자 45명은 이 드라마를 올해 최고의 드라마로 선정했다.
무엇이 사람들 마음속에 임꺽정을 들여앉혔나.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짚어본다.
[편집자註] 왜 지금 임꺽정인가.
벽초 홍명희의 소설.임꺽정'이 조선 중기무렵의 한 의적무리를그린 얘기라는 것은 사실 다 아는 얘기다.그럼에도 시청자들이 TV에서 그를 기다리는 이유는 그 속에 숙명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얘기가 있기 때문이다.아름다운 이땅의 산하가 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뼛 속까지 맺힌 민초들의 아픔이 전해지고 이를 후련하게 풀어줄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기 때문이다.그가 억압받으면 받을수록,천대받으면 받을수록 더 큰 메아리를 예고하는 그의 울림에 대한 기대가 바로 극을 보는 재 미다.
사극의 새 기준을 제시한 것도 이 드라마의 의미.사전제작,웅대한 스케일,꼼꼼한 정성등 일반 드라마와의 확실한 차별성은 시청자들의 입맛을 한차원 높여놓았다.10권 분량의 소설을 생각하던 사람들이 시간가는줄 모를 정도로 빠르고 밀도있 게 펼쳐지는진행. 천연재료를 이용한 염색으로 전통미가 살아나는 의상만 2만여벌,의상.연회.무속.국악등 철저한 고증을 통한 시대상 반영,곰.멧돼지.사슴.구렁이등 살아있는 동물이 직접 투입되는등 극대화된 사실감.대부분 연극배우 출신인 주인공들의 참신함 과 연기파 배우들의 능수능란함.
이러저런 이유로 입맛이 변해버린 시청자들은 앞으로 완성미가 없는 드라마는 아예 보려고 하지도 않게 됐다.
암울한 시대 고통받던 민중들의 한과 아픔을 그려가면서 미래의비전을 제시,막힌 역사의 흐름을 뚫어보겠다는 기획의도에 비춰볼때.임꺽정'이 해야할 진정한 역할은 무엇일까.
김한영 PD의 얘기.“그는 무조건 아량을 베푸는 의적은 아니다.하지만 단순한 도적도 아니다.혁명가는 더더욱 아니며 타고난영웅도 아니다.오히려 너무 인간적이다.각박하고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임꺽정은 그래서 더욱 와닿는 것이 아닐까.”임꺽정이 우리에게.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고 떠난다면 그는 한낱 소설 속의 의적이 아닌 시대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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