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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우유 대신 두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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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호 15면

한 달 이상 이어진 멜라민 파동으로 우유·분유 등 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면서 두유가 그 대안으로 부상했다.

두유는 한마디로 말해 대두(노란콩)를 주 원료로 해서 만든 콩물이다. 먼저 콩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정선 과정을 거쳐 콩 껍질 제거→껍질 벗긴 콩 삶기→삶은 콩 갈기→소화가 잘 안 되는 비지 걸러내기→두유에 부족한 영양소(칼슘 등) 보충→탈취(비린내 제거)→균질화→멸균→포장을 거치면 두유가 만들어진다.

두유는 ‘밭에서 나는 쇠고기’인 콩의 영양소를 거의 그대로 섭취할 수 있는 음료다. 맛을 떨어뜨리고 소화가 안 되는 식이섬유는 제조 과정에서 제거되고 영양소와 식품 첨가물이 소량 더 들어간다.

두유의 대표적인 영양·건강 성분은 콩과 마찬가지로 단백질과 이소플라본이다. 두유의 단백질 함량(100mL당)은 4.4g으로 우유(3.2g)보다 많다. 단백질의 종류도 우유는 카세인·유청인 데 반해 두유는 콩 단백질이다. 콩 단백질은 심장병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 단백질을 매일 25~30g씩 두 달간 섭취한 사람들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4~8%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두유 1컵(225mL)에 든 콩 단백질의 양은 약 8g이다.

콩 단백질과 쌀 단백질은 ‘환상의 콤비’. 콩에 부족한 아미노산인 메티오닌은 쌀에, 쌀에 결핍된 아미노산인 라이신은 콩에 풍부하기 때문이다. 콩밥이 건강에 유익한 것은 이래서다.

트립토판이 풍부하다는 것도 콩 단백질의 장점. 트립토판은 졸음을 유도하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원료다. 트립토판을 적게 섭취해 몸 안에서 멜라토닌이 덜 생성되면 수면장애가 유발된다. 트립토판은 우유에도 많다. 따라서 잠자기 1시간쯤 전에 마시는 ‘핫밀크 두유’(두유와 우유를 냄비에 반컵씩 넣고 약한 불에서 따끈하게 데운 것)는 부작용 없는 ‘천연의 수면제’가 될 수 있다.

두유 등 콩 제품에 든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 불린다. 생김새나 역할이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과 비슷해서다. 폐경기 여성이 두유 등 콩 제품을 꾸준히 섭취하면 이소플라본이 안면홍조·식은땀·불면·우울 등 갱년기 증상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유의 당질(탄수화물)은 대부분 소화시키기 힘든 유당인데 반해 두유의 당질은 ‘웰빙 성분’으로 통하는 올리고당이다. 우유를 마시기만 하면 설사·배탈을 앓는 유당 불내증 소지자에겐 두유(요구르트나 유당이 분해된 우유도 무방)가 훌륭한 대체식품이다. 콩엔 유당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두유는 우유보다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도 작다. 하지만 두유도 과다 섭취하면 복통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하루 세 팩을 초과하는 것은 곤란하다. 게다가 200mL짜리 두유 한 팩을 마시면 140㎉(우유는 120㎉)의 열량을 섭취하는 셈이다.

최근엔 ‘검은콩 두유’ ‘검은 참깨 두유’ ‘녹차 두유’ ‘시리얼 두유’ 등 두유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방에선 검은색 식품이 ‘신장의 기운을 북돋운다’고 설명하나 영양상 차이는 별로 없다는 것이 영양학자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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