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法定기일 무시한 예산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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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일인 2일을 넘기게 될 것 같다.15대 국회 역시 고질병인 예산안을 둘러싼 파행을 답습하고 있다.제도개선특위에서 여야간 쟁점사항들을 합의하지 못해 야당이이를 예산안 통과와 연계시켰기 때문이다.
야당의 이러한 전략에 여당도 느긋해 하는 듯하다.내년 예산이집행되기까지는 아직 한달이나 남았고 최악의 경우 준(準)예산을편성할 수도 있어 괜찮다는 입장인 듯하다.예산처리가 비록 늦어지더라도 야당이 요구하는 검찰중립화 등 제도개 선안은 들어주지못하겠다는 것이다.내년 대선(大選)을 겨냥한 버티기 일환이라니,여야가 똑같다.
국회가 예산안 처리시한을 지켜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론을 떠나 이런 시한을 정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예산안이 통과되면 예산당국은그 내용에 따라 각부처와 실행계획을 짜고 자금배 정 계획을 세운다.또 내년도 공공사업도 확정해 미리미리 대비를 시킨다.예산통과후 그 집행을 위해서는 준비기간이 한달은 필요하다는 얘기다.문민정부 첫해에는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날치기 통과까지 시킨 여당이 이번에는 느긋해 하니 정략적이라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우리는 여야가 국회에서 법안.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별개의 안건들을 연계시켜 통과의 조건으로 삼는 폐해에 대해 누누이 지적해왔다.예산안을 특정 안건에 연계시킬 경우 예산안에 대한 심의는건성으로 진행하다가 일괄처리를 하든가 아니면 여당의 날치기로 수정없이 통과되는 예를 무수히 보아왔기 때문이다.이번 역시 여야가 예산안보다는 제도개선위에서의 주장관철이 우선적인 관심사항이 되고 있으니 국민의 세금은 누가 지켜 주겠는가.제도개선위의시한은 내년 2월까지다.여야가 예산안은 법정시한안에 처리하고 제도개선위의 활동은 계속하는 것이 온당하다.이 경우 여당이“예산안이 통과됐으니 이제는 배짱이다”는 식으로 나간다면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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