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공동투자 나선 지자체들, 돈 벌려다 되레 '거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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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00년 대전시가 15억여원의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설립한 K사(정보통신업.자본금 23억원)는 동남아지역의 인터넷사업에 나서기 위해 9억6000여만원을 투자했다. 그 뒤 세계적으로 정보통신업종이 불황에 빠지면서 이 회사는 사업을 제대로 벌여보지도 못하고 투자원금마저 건지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이 사업은 처음부터 타당성 검토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이었다.

이는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들의 제3섹터 출자법인 운영실태에 대한 특감'을 벌이기에 앞서 미리 실시한 예비감사 결과의 일부다.

1990년대 이후 지자체들이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제3섹터'사업에 앞다퉈 나서왔지만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제3섹터 사업이란 지자체와 민간기업이 공동투자 방식으로 벌이는 수익사업을 말한다.

특히 일부 지자체들의 경우 조달한 재원을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이나 접대성 경비로 써버리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받고 있다.

제주시가 97년 설립한 C사(서비스업)는 2003년 71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경영이 어려운데도 지난해 사규로 정해진 접대비 한도(7300여만원)를 4억원이나 초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가 세운 또 다른 제3섹터 업체인 D사(유통업)는 경영이 어려운데도 대표이사 보수를 2001년 4300여만원에서 지난해 1억1000여만원으로 올렸다. 이 회사의 누적적자는 지난해 말까지 자본금의 44.2%인 101억원에 이른다.

감사원에 따르면 제3섹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전국 23개 지자체들은 지난해 말 현재 37개 사업체에 총 2657억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 가운데 정상적으로 영업 중인 곳은 9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특히 6개 업체는 자본을 완전히 까먹은 상태로 드러났다. 지자체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도입된 제3섹터 사업이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지자체들에 부담만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13일 20명의 감사요원을 23개 지자체에 보내 제3섹터 사업실태에 대한 특감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타당성과 경영상태를 진단해 부실업체에 대해 강력한 경영혁신 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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