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色선전 난무 大選길목 혼탁-與 후보群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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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 선거를 1년도 넘게 앞두고 있는데 벌써부터 정치권에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온갖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다.
“첩과의 사이에 딸을 낳아 숨겨 놓았다”“아버지가 골수 빨갱이다”“재산이 천억원을 넘는다”등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은밀히 전파되면서 정치판을 혼탁하게 만든다.
최근 흑색선전의 주요 표적과 대상은 신한국당 예비후보들이다.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수십년간 선거를 치르면서 이미 온갖 소문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신한국당 예비후보들은 국민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많아이같은 틈을 비집고 흑색선전이 파고 드는 것이다.물론 후보난립으로 치열한 물밑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가장 많이 시달리는 인사가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고문.그는“부친이 친일파로 창씨개명에 앞장섰고 집에서도 일본말만 썼다”“압력을 넣어 아들 2명을 다 군에 안 가게 했다”“첩과의 사이에 난 딸을 숨겨 놓았다”“대법관이 되기 위해 당시 실세이던P씨를 세번이나 찾아가 전두환(全斗煥)당시 국보위원장과 면담했다”“5.16때 소장판사들이 지지선언을 했는데 그때 선언문을 작성했다”등 소재도 많다.
李고문이 27일.과거의 더러운 정쟁(政爭)'운운하며 기성정치를 격렬하게 비난한 것도 자신에 대한 흑색선전을 견디다 못해 제동을 걸기 위해서였다는 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박찬종(朴燦鍾)고문은“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청와대에서 30억원을 받았다”“아들이 특례보충역을 받았는데 흑막이 있다”“기업을 돌아다니며 선거자금을 걷고 있다”는 소문에 시달린다.
최형우(崔炯佑)고문도 있다.“문민정부에서 온갖 비리를 저질러숨겨 놓은 재산이 수백억을 넘는다”“동생이 인테리어사업을 하는데 형의 로비로 전국의 아파트를 지을 때마다 공사를 도맡아 준재벌이 됐다”등 주로 돈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이수성(李壽成)총리는 6.25때 납북된 부친에 대해“자진 월북한 골수 빨갱이로 월북후 김일성(金日成)대학 교수를 했다”는말들이 전파되고 있다.
김윤환(金潤煥)고문은“도박꾼이다.6공 실세일 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하루 80만달러(약 6억4천만원)를 탕진했다”는 소문에 진땀을 뺀다.
김덕룡(金德龍)정무장관에게는“4.11 총선때 사무실을 11개나 차려 수백억원을 썼다”“역학자들을 동원해 자신이 대권을 잡을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게 하고 있다”는 소문이 따라다닌다.
이홍구(李洪九)대표는“6.25때 군대에 안 가려고 미국에 갔다”“당뇨등 온갖 병에 걸려 있다”는 말이 나돌고,이한동(李漢東)고문은“대통령이 되려고 풍수지리에 맞춰 집까지 옮겼다”고 꼬집는다.
거의 대부분의 예비주자들이 각종 소문의 꼬리를 달고 있다.당사자들은 물론 펄쩍 뛰며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다.일부는“출처를짐작한다”며 야당쪽이나 당내 경쟁자들을 지목하기도 한다.
대선일자가 가까워지고 경쟁이 본격화되면 이같은 흑색선전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흑색선전은 공명선거 분위기를 해치는 암적 존재인 만큼 출처를 철저히 색출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 내외의 지적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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