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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안돼" 美 공화, 포로 학대 새 사진 공개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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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의회가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을 일반에 공개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12일 미 상.하원에서 제한적으로 공개된 관련 사진과 동영상이 지금까지 드러난 것보다 수위가 훨씬 높고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일반 공개에 따른 파장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역겨운 장면들=사진 300여장과 비디오 테이프가 이날 상원에서 3시간, 하원에서 45분간 공개됐다. 공개 내용은 ▶이라크 여성 수감자들에게 가슴을 노출하도록 강요하고 ▶수감자의 항문에 '반짝이 막대'로 불리는 야광봉(화학 전구)을 쑤셔넣고 ▶동성 간에 성행위를 강요하고▶수갑찬 수감자의 머리를 벽에 찧고▶움츠린 수감자들을 군견을 동원해 위협하는 장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복면 수감자가 카메라 앞에서 자위행위를 강요당하는 사진, 미군끼리 감옥 안에서 성행위하는 비디오도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은 여야 구별없이 '학대 사실을 드러낸 충격적 증거'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리처드 더빈(민주)상원의원은 "지옥에 갔다온 기분이다. 이것이 우리가 한 짓"이라고 말했다. 빌 프리스트(공화)상원의원도 "이미 공개된 사진의 수준을 넘는 내용들"이라고 평했다.

또 프리스트.빌 넬슨(민주) 상원의원 등은 "학대 현장에 군인이 여러 명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며 "병사 7, 8명이 한 짓이 아님이 확실히 드러났다. 학대를 지시한 사슬이 어디까지인지 확실하게 캐야 한다"고 분노했다. "어떻게 이런 인간들이 군대에 들어왔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

◇공화당, 공개 반대=공화당 내에는 새 자료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존 워너(공화) 상원 군사위원장은 "새 자료가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면 이슬람 과격세력의 추가 보복이 우려될 뿐 아니라 포로 학대 혐의로 이미 기소됐거나 앞으로 기소될 미군들의 재판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반대했다.

반면 민주당은 "감춰봤자 의혹만 커진다"며 언론 공개를 주장했다. 조셉 리버먼(민주)상원의원은 "자료 공개에 신중해야 된다"면서도 "미국인은 늘 표적이 돼왔다. 닉 버그 참수 사건이 포로 학대 때문이란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미 정부에 관타나모 수용소의 포로들의 처우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새 보고서를 미 정부에 전달했다고 미 고위 관리가 13일 밝혔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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