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시룸
“나만의 시간을 갖는 멋진 일이잖아요. 여럿이 식사를 하면 이야기를 하느라 음식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요. 밥을 먹으며 신문을 볼 수도 없고, 낙서 같은 다른 일도 못하잖아요.”
그녀의 식사 시간은 타인의 시선과 간섭에서 자유로운 때다. 이씨 같은 사람들을 글루미(Gloomy)족이라고 한다. 잠깐의 우울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말한다.
눈코 뜰 새 없는 한 주를 보낸 주말, 그녀는 아침 9시에 문을 여는 집 앞의 에스프레소 바에 들렀다가 가까운 영화관에 간다. 그 뒤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고, 서점에 들렀다가 단골 카페로 향한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땅거미가 내려앉는다.
글루미족과 비슷한 와이즈(WISE)족이 있다. ‘더 타임스’ 온라인 판에 따르면 나 혼자만의 삶을 고집하는 여자들(Women who Insist on Single Experiences)의 약자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여행을 떠난다.
열심히 일하고 자발적으로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그들에게 ‘나홀로’는 더 이상 ‘쓸쓸함’이 아니다. 세련된 여성 싱글들이 혼자서도 부담 없이 가기 좋은 서울시내 음식점을 이씨로부터 소개받았다.
정리=유지상 기자
서울시내 이 집
Table for one
머시룸=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에스프레소 바. 개업하기 전에 이탈리아 밀라노로 사전조사를 다녀올 만큼 미모의 두 사장은 열정이 넘친다.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원두의 품질이 뛰어나 맛도 덩달아 뛴다. 브런치 메뉴인 영국의 홈 메이드 스타일의 ‘에그솔저와 샐러드’가 훌륭하다. 에그솔저는 식빵을 잘게 썬 것과 계란 반숙을 함께 낸 메뉴. 바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바리스타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에그솔저+샐러드 5500원. 에스프레소 2500원. 가로수길의 서울부동산 인근. 02-511-9220.
카페 T8
카페소반=카페 분위기의 비빔밥 전문점. 발랄하고 산뜻한 인테리어와 종업원의 친절한 서비스가 돋보인다. 전문점답게 비빔밥 메뉴만 10가지가 넘는다. 매장에서 직접 수경 재배한 새싹이 기본 재료다. 명란이나 멍게 등 별난 재료도 매력이다. 1~2인용 테이블이 많다. 일반 식당에 비해 양이 많지 않아 여성들이 혼자 식사하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오리지널 비빔밥 6500원. 데리야키 치킨비빔밥 7800원. 광화문 6번 출구에서 서대문 방향의 오피칼 빌딩 1층. 02-730-7423.
이찌멘=‘혼자 즐기는 맛 공간’이란 독특한 컨셉트의 일본 라면집. 옆 사람 신경 쓰지 말라고 독서실처럼 칸막이를 쳐놓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주인이 아닌 자판기가 손님을 맞이한다. 주문표를 사서 빈자리가 표시된 곳에 앉으면 된다. 주문표를 작성하고 벨을 누르면 종업원이 가져간다. 메뉴는 나가사키 짬뽕 라멘 하나. 양만 고를 수 있다. 한국식 인스턴트 라면이 아니라 일본식 발음으로 ‘라멘’이라고 말하는 생라면이다. 나가사키 짬뽕 라멘과 후리가케 김말이 세트(중) 5000원. 신촌 현대백화점 주차장 입구. 02-333-9565.
하드록 카페=록을 테마로 한 세계적인 패밀리 레스토랑. 비틀스·마이클 잭슨 등의 구두·기타 등이 벽면에 가득해 눈이 즐겁다. 미국 현지의 최신 음악을 무삭제로 다운로드받아 틀어준다. 손님의 70%가 외국인이다. 대부분이 ‘나홀로’족이다. 게다가 다양한 공연도 열려 혼자서도 심심하지 않다. 버거 1만4900원. 뉴욕 스테이크 3만2000원. 이태원 해밀턴 호텔 앞. 02-798-0067.
테이크아웃 드로잉=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옆에 있는 복합문화 공간. 카페와 뮤지엄 숍이 결합한 형태로 테이블·의자·조명까지도 작품이다. 먹고 마시는 즐거움이 문화와 함께한다. 파스타·리조또 같은 이탈리아식 메뉴가 나온다. 샌드위치와 유기농 제철 과일주스 같은 메뉴가 딱딱한 미술관의 이미지를 상쇄한다. 무선 인터넷이 가능해 조용한 분위기에서 혼자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다. 메이 그린 파스타 1만6000원. 02-3676-1130.
텟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