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오도가도 못하는 '세마리 공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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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증시의 골칫거리 3개 투자신탁회사(대한.한국.국민)에 대한 정부지원이 시작됐다.25일 발표된 2천6백억원의 증자계획이그것. 그러나“부실 공룡”의 실상을 들춰보면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
3개 투신의 빚만 해도 모두 7조1천6백억원.이잣돈만 따져도금년들어 월 5백억원이다(지난 4~10월까지 3천7백억원).6%짜리 싼 돈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는데도 그렇다.
〈관계기사 26면〉 빚으로 이자를 메우다 보니 차입금 규모 자체가 지난 3월에 비해 7천4백억원 늘었다.
이들이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아 운용하고 있는 펀드규모는 23일 현재 51조7천억원.
국내 최대.최고의 기관투자가임을 자임해온 3대투신사 경영이 이처럼 부실화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개인기업 같으면진작 무슨 일이 났을 것이다.
관계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가 지금의 2배수준인 1천4백대에 가면 투신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투신 부실이야말로 주식시장의 활기회복을 방해하는 최대걸림돌이다.이들이 발목을 잡아 주가가 마음대로 오를수 없게 되어 있다.
93년이후 증시가 다시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주가가 떨어져 보유주식을 팔지 못한채 갖고 있는 것이 4조9백억여원(장부가액 기준)이다.
최운열(崔運烈)증권경제연구원장은“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할때 아예 발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서는 발상의 근본적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일반기업처럼 부도를 낼 수도 없다.투신사측은 종래의 한국은행특융을 희망하고 있으나 세상이 바뀐 마당에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른 대안은 희망 기업에 인수시키는 것인데,이것 역시 재벌의경제력 집중 억제정책에 걸려 한발도 못나가고 있다.결국 정부가나서 매듭짓지 않고서는 달리 방법이 없는데도 당국은 여전히 임시방편에만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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