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石綿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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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 영화배우 스티브 매퀸은 지난 81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폐암의 일종인 악성 중피종(中皮腫)이 사인(死因)이었다.스피드광(狂)이었던 매퀸은 자동차경주에도 자주 출전했다.이때 화재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석면 방화복(防火服) 을 입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규산화합물인 석면은 부드러우면서도 항장력(抗張力)이 뛰어나다.또 내열성(耐熱性)과 절연성(絶緣性)이 강하고 산과 알칼리에잘 견뎌 내화.절연.단열재.각종 필터에 사용된다.그러나 석면이인체에 치명적 해를 주는 물질이란 사실을 잊어 선 안된다.
천연상태에서 석면은 부드러운 암석이지만 섬유가 되면 미세한 먼지가 돼 공기중에 떠돌다 체내에 흡수된다.그후 30~40년이지나면 석면폐증(肺症)이 발생하고 다시 폐암으로 발전한다.우리나라는 60년대부터 석면이 사용됐기 때문에 석면 관련 암환자가많이 발생할 시점에 이르렀다.
유엔은 석면을 12대 주요 환경과제중 하나로 지정하고 세계 각국에 석면사용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미국은 72년부터 건축물에 석면사용을 금지했다.또 90년 이후 석면을 사용한 공업제품생산을 단계적으로 축소,올해말까지 전면 금지하도 록 했다.우리나라도 공기중 석면분진(粉塵)허용기준을 선진국수준인 입방㎝당 0.2개로 정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주의할 것은 과거 석면사용에 대한 규제가 있기 전에 세워진 건물들의 문제다.지난해 1월 일본 고베(神戶)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지진피해보다 건물 붕괴로 공기중에 흩어진 석면분진피해를 더 걱정했을만큼 일본인들은 석면에 대해 민감 하다.우리나라도 지난 94년11월 서울 여의도 라이프빌딩을 폭파 해체할 때 적절한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석면가루가 반경 4백까지 확산,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집단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 강남일대 저밀도 아파트 재개발이 허용된 후 부동산투기.
교통혼잡.생활기반시설 확보등 문제들과 함께 아파트건축에 쓰인 약 2백 분량의 석면처리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등장했다.지금처럼마구잡이로 건물을 해체할 경우 엄청난 양의 석면 분진이 공기중에 흩어져 시민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서울시는 빈틈없는 대비책을 세워 석면피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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