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에세이>충무로 떠난 '세친구'의 외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세친구”라는 인디펜던트(독립)영화가 개봉중이다.한량한 듯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20대의 이야기를 지방기 없이 진솔하게 그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이 영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영화의 테마나 완성도가 아니라 획일화된 충무로 영화정신에 기꺼이 항거했다는 점이다.
독립영화의 기본정신은 기존질서의 무분별한 부정과 파괴가 아니라 기존의 편협하고 잘못 규정된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소신있는외침이다.집에 오면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우리들 아버지의 모습,사랑은 남과 여 사이에 신이 점지한 신성스런 전유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런 것들에 대해 소신있게“나는 그렇게 생각하지않는다”고 말할수 있는 용기.이런 것들이 독립영화의 뿌리인 것이다. 현재 우리가 보고 느끼는 영화속의 정서는 이미 기득권화.거짓화돼버린 서양문화속에 존재하는 환상일 뿐이다.영화속에 보여지는 코카콜라의 광고간판은 이미 진실이 돼가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은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됐다.어떤 것이 진실이고거짓인지조차 판단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도 갖지 못한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흔히 21세기는 영상문화가 지배하는 시대라 한다.그렇다면 그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그 중심에 서있는 영화라는 거대한 매체를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파악할 때가 되지 않았나싶다.이 기회를 빌려 영화의 색채를 정해주는 손 큰 제작자 어르신들께도 제안하고 싶다.독립영화는 기업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니 당장 돈은 벌리지 않을지라도 무형의 자산으로 여기고 관심을가져달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세친구'의 제작자본을 삼성이라는 국내 굴지의 기업이 지원했다는 점은 영화발전에 좋은 선례가 되리라 확신한다. 어린 시절 나는.로마의 휴일'속의 오드리 헵번의 청초한 미소에 반해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동경하며 꿈꿔왔다.
어떤 이는 영화속의 그레고리 팩을 동경하며 기자의 꿈을 키워왔다고도 한다.
영화는 사람들에게 꿈의 공장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게사실이며,이는 영화가 갖고 있는 커다란 매력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내가 보았던 헵번의 모습이 그의 모든 것이 아니라고 사고할 수 있게 된 것은 그후 한참 지났을 무렵이며 그때부터 시작된 내 연기세계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독립영화가 언제나 마이너리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독립영화가 보여주는.다른 세상'에 눈뜨지 못하는 우리들의 안이한 사고방식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조용원(영화배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