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곕문화예술기행"시리즈.에세이집 3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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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역마살이란게 있다.역의 말처럼 한곳에 붙어 있지 못하고 늘 떠돌아야 하는 운명.예술가들에게는 이 역마살이 천형(天刑)처럼끼어 있다.그 역마살이 맺힌 것을 자유분방하게 풀어놓는 .끼'를 통해 예술로 승화된다.그러면서 현실과 시간에 묶인,유한한 우리네 삶을 해방시킨다.
문인들이 세계로 넓게 혹은 추억.마음 속으로 깊게 떠나고 있다.시인 김혜순,소설가 최수철.김영현씨가 각각.들끓는 사랑'.
사막에 묻힌 태양'.서역의 달은 서쪽으로 흘러간다'를 펴냈다.
학고재에서.세계문화예술기행'시리즈 1차분으로 내놓 은 이 책들에는 각기 스페인.이집트,그리고 실크로드 여행을 통해 느낀 것들이 들어 있다.김혜순씨의.들끓는 사랑'은 정열의 나라 스페인을 신들린듯 돌아다니며 그의 시적 감성으로 붙잡은 언어들을 통해 우리 심연에 꿈틀거리는 원초적 정열 과 예술혼을 해방시키고있다.최수철씨는.사막에…'에서 그의 차가운 지성적 언어로 모래와 태양으로 각인된 영혼과 영원을 향한 이집트의 유적,그 텍스트를 해석하고 있다.그런가 하면 김영현씨의.서역의…'는 실크로드에 펼쳐진 역사와 문화, 그리고 현재의 남루한 삶과 세상에 대한 연민의 기록이다.
한편 동화작가 정채봉.시인 정호승.소설가 양귀자씨는 에세이집.좋은 예감'.첫눈 오는 날 만나자'.삶의 묘약'을 각각 펴냈다.지난 여름 피천득씨의 .인연'과 법정스님의.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를 펴내 독서시장에 에세이 붐을 일 으켰던 샘터사가 글맛 좋기로 정평난 세 문인을 통해 올 겨울에도 에세이로독자들의 마음을 녹이려 내놓은 책들이다.
.좋은 예감'은 구수하고 애절한 남도의 추억여행으로 읽힐수 있다.그 마음 속으로 여행 중에 우리는 이른 새벽 신문지 한아름 끼고 골목을 가르던 소년이나 생선 허벅을 이고 시장을 향하는 아낙네처럼 오늘과 내일의 꿈에 충실히 살았던 모 습들을 만날수 있다.
정호승씨의 첫 에세이집인 .첫눈…'에는 첫눈처럼 맑고 설레는시인의 감성이 투명하게 담겨 있다.그 감성을 통해 나이 들어가도 영영 소년으로만 남고싶은 우리의 투명한 영혼을 만나게 된다.양귀자씨의.삶의 묘약'에는 삭막한 가슴을 녹이 는 훈훈한 삶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양씨 특유의 예리한 감수성으로 어린 시절과 평범한듯 지나쳐버리기 쉬운 일상,이웃의 의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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