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관론의 전염도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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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식·외환시장이 현기증 날 만큼 요동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지 않으면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외환보유액과 펀더멘털에 치우친 정부의 낙관론은 이미 흘러간 유행가가 됐다. 마찬가지로 근거가 희박한 비관론 역시 경제를 망가뜨리는 요인이다. 최근 비관론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소재가 한국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다. 그러나 실제로 하루에 거래되는 한국물 CDS는 얼마 되지 않는다. 외환 거래가 적은 개발도상국들의 CDS는 더하다. 한국의 CDS가 태국·칠레보다 훨씬 높은 것 자체가 기가 막힌다. 지표 신뢰성이 떨어지는 CDS를 근거로 국가 부도까지 거론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물론 잠복한 뇌관은 적지 않다. 과다한 가계 대출이나 한계기업 도산 같은 지뢰가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 하락하는 미국의 주택 가격과 대형 헤지펀드 도산설도 여전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뒤집어 해석할 필요도 있다. 사전에 이런 위험 요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지금 전 세계가 공조하고, 우리 정부가 비상대책을 필사적으로 쏟아내는 게 아닌가. 다행히 한국은행이 10월 경상수지는 5억~10억 달러 흑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구제금융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방출되고 있다. 달러 가뭄이 해갈될 기미를 보이면서 금융시장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일단 큰 고비는 넘기는 셈이다.

그렇다고 ‘불행 끝, 행복 시작’의 확대 해석은 곤란하다. 그제 한나라당 대표는 “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다. 이달 경상수지는 30억+α의 흑자”라고 말했다. 무슨 근거로 이런 발언을 했는지 궁금하다. 지나친 낙관론은 불신을 낳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비관론의 전염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외국의 ‘한국 때리기’와 맞물려 국내 일부에서도 비관론을 넘어 한국 경제에 대한 저주로까지 치닫는 느낌이다.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근거가 희박한 비관론은 경제를 해친다. 더욱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비관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