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 하정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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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번에 대상을 받았다고 이와 비슷한 작업만 계속하지는 않을겁니다.기존틀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한국미술협회가 18일 발표한 제1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하정민씨는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업을하는 젊은 작가.
河씨는 올봄에 열렸던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계열에서 특선을수상한 것을 비롯해 이미 특선 2회,입선 6회의 수상 경력이 있다. 河씨는 『구상.비구상의 구분보다 소재를 중요시한다』며 『소재가 결정되면 이에 맞춰 구상 혹은 비구상으로 담게 된다』고 말했다.
대상 수상작 『회색도시의 기억들』은 장지 위에 먹과 석채를 사용,판자촌과 고층건물이 대비를 이루는 회색빛 도시의 모습을 그린 작품.
채색화가 전통 수묵화에 비해 가벼운 느낌을 주기 쉬운데 이 작품은 석채를 전문적으로 사용,깊이있게 표현해 심사위원들로부터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고층건물 뒤로 비치는 코발트색 하늘의 색이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론 「어둠」의 이미지를 가진 회색톤으로 황폐한 산업사회의 한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이 역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한 단면이므로 소중하다』며 『회색에는 흰색의 요소도 함께포함돼 있는 만큼 보는 시점에 따라 오히려 「밝 음」의 이미지를 지닌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작품설명을 곁들였다.결국 휴머니즘의 회복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인 셈이다.
또 『장식성이 강해 안좋은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든 종류의 미술이 치우침없이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지난 5월 개인전을 마치고 7월부터 작업에 들어가4개월에 걸쳐 완성한 것.
河씨는 『보통 구상계열 공모전에는 사실을 충실하게 재현한 리얼리즘 계통이 많지만 오늘날 현실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이번 작품은 어떤 특정한 도시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도시의 이미지를 결합한 상상속의 풍경을 담았다 』고 밝혔다.
대학시절 일당을 받고 미술대전 출품작을 운반한 적이 있다는 河씨는 『당시 너무 힘들어 화장실 변기에 엎드려 쉬면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갖는 최고작가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옛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河씨는 현재 동아대.대유공전 강사로 재직하며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미 7회의 개인전을 여는등 활발한 작업을 벌이느라 아직은 결혼전.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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