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選길목이것이궁금하다>영원한 2人者 김종필총재의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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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는 풍운의 정치인이다.5.16의 주체로 일약 한국 현대사의 주역이 된 그는 언제나 권력의 핵심 근처를 맴돌았다.하지만 한번도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그래서 「영원한 2인자」로 불렸다.97년 대선은 그에게 마지막 도전기회.독자출마로 정상 정복을 시도할지,특유의 제휴정치로 또다른 파란을 일으킬지가 관심사다.여야를 오가며 여러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그의 거취는 대선정국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JP는과연 어떤 길을 택할까.
[편집자 註] JP는 국회의원 49명을 거느린 원내 제3당 당수다.자민련의 몸집은 신한국당(1백52석).국민회의(79석)에 비교하면 왜소하기 짝이 없다.
세력권은 대전,충남.북과 TK.경기.강원 일부지역에 걸쳐있지만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결집력도 약하다.특히 충청세와 함께 당내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TK지역 의원들에 대한 장악력이 크게 떨어진다.
냉정히 따져보면 그가 대선 국면을 거치면서 현재의 당세를 유지하는 것도 힘겨울 것으로 보인다.독자출마-당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게 다른 당의 지적이다.그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그는 모든 정파와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가 『내각제를 하겠다면 공산주의자가 아닌한 어떤 개인.정당.단체와도 협력하겠다』고 한 것은 그의 현실적 전략을 단적으로보여준다.그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네가지.①독자출마②DJ후보 추대③DJ와 함께 제3후보 추대④신한국당 후 보와의 협력이바로 그것이다.물론 신한국당 탈당파를 끌어들인 범보수연합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독자출마의 범주에 포함된다.결국 4지선다형인셈이다. 외부의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JP진영에선 독자출마에 대한 의지가 의외로 강력하다.핵심 측근인 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은 『우리는 독자적인 힘을 길러 JP대통령을 만들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가 제시하는 근거는 이렇다.YS의 레임덕(집권후반 권력누수)현상이 가속화되는 내년초에는 현 정권의 실정이 크게 부각되며이 과정에서 「집권」경험이 있는 JP의 경륜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에서는 『제휴단계에서 보다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몸값 올리기』라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보다는 DJ와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현실성 있는 카드로 평가되고 있다.국민회의쪽이 매우 적극적이다.물론 이 경우 DJ가 JP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은 없을 것이란게 대체적인 관측.
JP가 DJ를 후보로 추대하는 조건으로 집권후 15대국회가 끝나기 전에 내각제를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다.이른바 「선(先)정권교체,후(後)제도적 권력분점론」이다.
연대의 구체적 시한은 일단 내년 3월까지로 잡고 있다.안택수(安澤秀)자민련 대변인은 『그때까지 국민회의가 당론을 바꾸지 않을 경우 우리당은 독자후보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후보단일화의 향방과 조건은 DJ와 JP의 담판에서 결정날 것이다.
그러나 내각제를 정권교체의 수단으로 보는 DJ와 내각제 실현 자체를 목표로 하는 JP의 간극이 쉽게 메워질지 의문이다.
DJ.JP간의 후보 단일화는 자칫 JP에게 「지지세력 소멸」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DJ에 대해 생리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TK세력의 집단이탈 가능성도 있다.
이때문에 제3후보 추대도 제3의 대안으로 떠오른다.자민련에서는 TK출신 김복동(金復東)부총재가 이를 공개 거론했다.당 일각에서 조순(趙淳)서울시장 카드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그러기엔 「3金의 의욕」이 워낙 높은 산이다.
마지막으로 JP와 신한국당 후보가 연합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여권 취향인 JP가 DJ보다는 YS와 손잡을 것이라는가정에서 출발한다.이수성(李壽成)총리와 JP의 골프회동 직후 『YS가 내각제를 매개로 JP와 손잡을 것』이라 는 소문이 돌았던 것도 사실이다.다만 승리후 JP의 몫이 무엇이냐가 관건.
자민련쪽에선 여당 후보의 후견인이 YS라는 점에서 남는게 별로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이다.
JP는 『내년 3월 이후 당원의 총의에 따라 누구를 후보로 세울 것인가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해 놓고 있다.측근들은 그가 대선 판도를 뒤흔들 「큰 그림」을 구상중이라고 전한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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