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한복입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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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인이 걸어갈 때 하늘거리는 치마 뒤쪽의 잔주름의 멋은 흐름의 아름다움이며,온돌방에서 사뿐사뿐 걸을 때 외씨같은 흰 버선발과 그 버선코의 멋은 선(線)의 아름다움이며…한복을 입고 그네를 뛸 때 바람을 머금고 부풀어오른 치마폭과 나부끼는 저고리 고름,펄렁거리는 댕기 등이 왔다갔다 하는 멋이란 제비가 나는 것같고,또 선녀가 하강하는 것같기도 하다.』 한 민속학자는한복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한다.이 글에도 나타나 있지만 한복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첫 손가락으로 꼽는것은 곡선미며,그 곡선미를 대표하는 것이 버선이다.옷의 색깔이다양해졌음에도 버선만은 수천년 동안 흰색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도 곡선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지금은 오직 버선만이 백의민족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우리 서민들의 한복은 몸에 옷을 걸치기 시작한 이래 오랜 세월동안 흰색이었다.우리 민족이 흰 옷을 즐겨 입고 흰색을 좋아하게 된 유래는 고대사회에서 태양을 하느님으로 알고 자기네들이그 하느님의 자손이라고 믿은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흰색이 태양의 광명을 나타낸다고 믿어 신성시했고,흰 옷을 자랑삼아 입다가그것이 하나의 풍속으로 자리잡게 됐다는 것이다.우리민족뿐만 아니라 이집트.바빌론 등 태양을 숭배한 민족은 모두가 흰색을 좋아했고 흰 옷을 즐겨 입었다고 기록 돼 있다.
한일합방조약이 체결된 후 일제(日帝)가 정책적으로 한민족에 양복을 입게 한 것도 백의민족의 정신을 말살하려는 의도였다.1910년부터 1919년에 이르는 기간중 1인당 의류 소비액이 최고 18배까지 급등한 것만 봐도 일제의 양복화 정책이 얼마나악랄했는가를 짐작케 한다.
지금은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이 아니면 전통적 한복을 입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게 돼버렸다.이따금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젊은이들이 이른바 개량한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눈에띄지만 어쩐지 어색하고 눈에 설어 보인다.전통 한복의 곡선미를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마침 문화체육부는 내년부터 매월 첫째 토요일을 「한복입는 날」로 정해 한복입기를 적극 권장키로 했다한다.한복이 일상복의 하나로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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