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와이드>유통시장 지각변동-국내업체들 돈바람에 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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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30만 중소유통업체 존립기반 흔들려.
▶국내 기업,높은 이자부담으로 가격경쟁력 뒤져.
▶8만여 추가 소요 인력의 확보도 심각한 과제.
뉴코아 백화점에서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장광준(張光俊.48)전무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우리나라 유통시장에 진출한 선진 외국업체들과 맞겨루기 위해서는 내년부터 2000년까지 매년 평균 10개씩의 점포를 내고 싶은데 문제는 자금이었다 .
대형 점포 한개를 내는데 드는 돈은 땅값을 포함해 약 2백억원.1년에 2천억원 이상이 필요한데 조달해야 할 자금 규모도 문제거니와 더 큰 문제는 이자 부담이다.우리나라 은행에서 돈을빌리는데 부담하는 금리는 평균 12%안팎.미국. 프랑스.영국.
독일등은 실세금리(6개월 기준)가 아무리 높아도 6% 미만이다. 바꿔말하면 프랑스의 까르푸나 네덜란드의 마크로는 우리보다 두배 정도 더 값싼 장사밑천을 갖고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유통업은 「같은 품질의 제품을 누가 단 1원이라도 더 싸게 파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전망이다.따라서 국내업체들의 이같은 높은 금융비용 부담은 당연히 외국업체와의 경쟁에서 그만큼 뒤쳐질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떠 안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도 롯데.신세계.현대.뉴코아등 기존 유통업체나 잇따라 신규참여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자금력이나 선진기술도입,다점포화(多店鋪化)등으로 웬만큼 생존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그러나 구멍가게.재래시장을 포함해 30여만개에 이르는 국내 중소 유통업체는 하루아침에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시장협의회 유영수(柳英洙)전무는 『구멍가게와 재래시장이 그간 값싸고 편리함을 무기로 버텼으나 할인점.편의점등 국내외 신업태에 밀려 급속히 단골마저 빼앗기고 있는 형편』이라고말했다. 국내 유통시장은 급격한 변화로 인력수급 불균형,제조업체와의 헤게모니 싸움등 우리 사회 곳곳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전문가들은 향후 2000년의 유통전문 부족 인력이 8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유통조사연구소 전원재(全元在)소장은 『앞으로는 최고의 서비스로 최고의 상품을 최대한 싸게 파는 이른바 「소비자 시대」에 걸맞은 유통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며 『국내업체들은 차별화.전문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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