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점수 예상밖 큰폭 하락 "과외가 안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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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들의 점수 하락폭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고교 교사들에 따르면 올 수능 점수는 중.상위권학생의 경우 10~20점정도 떨어지며 인문계가 자연계보다 하락폭이 큰것으로 분석됐다.이에따라 일선학교는 논술고사가 떨어진 수능성적을 메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논술 대비 에 주력하는등입시 지도에 비상이 걸렸다.
◇점수하락=서울 현대고 손행규(孫幸奎)교감은 『올 수능에서 3백70~3백80점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던 학생들이 3백50~3백60점대로 떨어지는등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15~20점 하락했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19,20면〉 양정고 진학담당 도재원(都在元)교사는 『3백30~3백40점대 학생들이 3백20점대에 그쳤고 2백80~2백90점대의 중위권 학생도 2백60~2백70점밖에 나오지 않는등 평균 20점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수능대책비상=이처럼 수능 성적이 크게 떨어지자 학생들을 중심으로는 「과외 무용론」이,일선교사들 사이엔 『입시위주의 교육은 더이상 안된다』며 「학교교육 개선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수능에서는 단순 암기보다 여러 교과를 통합,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많이 출제됐기 때문이다. 최조병(崔朝昺)상계고 수학교사는 『수리.탐구Ⅰ 30문항중 공식을 활용한 문제는 2~3개였는데 그 공식들도 대부분 학생들이 아는 기초 공식인 반면 전기저항등 기본개념을 실생활에응용한 문제들이 많았다』며 『학교수업을 무시하고 학원에 다닌 것을 후회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내신 1등급인 이덕희(李德熙.이화여고 3년)양은 『교과서 밖의 문제도 예시는 대부분 교과서내의 것이어서 교과서만 충실히 공부하면 풀 수 있었다』며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해도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을 괜히 학원에 다니 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김시홍(金時弘)신일고 3학년 주임교사는 『입시위주 교육에 한계를 느꼈다』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주제의 과제를 주고 발표하게 하는등 수업방식을 창의력을 길러주는 학생위주 교육으로 바꿀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욱(李梓旭)대일외국어고 국어교사는 『교과서내 지문이 거의없어 많은 독서를 한 학생이 유리했으나 앞으로 어떻게 학생들을가르쳐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영덕(李永德)대성학원 평가실장은 『교사가 한 과목을 담당하는 현행 교육체제에서는 교사들이 물리.화학등 여러 과목을 뒤섞은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앞으로는 교사도 다양한 지식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수능이 한달정도 앞당겨져 겨울방학때까지 학교생활에 공백이 생김에 따라 고3생 지도를 위해 13억원을 지원,시.도 교육청별로 다양한 장학 프로그램을 개발토록 했다.

<정재헌.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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