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로비수사,왜 봉합 서두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성호(李聖浩)전보건복지부장관 관련 비리사건이 서둘러 봉합되는 인상이다.검찰은 李전장관에 대한 조사결과 혐의를 발견치 못해 귀가시켰고,뒤이어 터져나온 여당의원 관련사실에 대해서는 수사조차 착수하지 않았다.
우리는 검찰이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데 있어 과연 적극적인 수사의지가 있느냐고 묻고싶다.李전장관만 하더라도 검찰에 나온지 불과 6시간만에 혐의를 못 찾았다고 귀가시켰다.물론 죄없는 사람을 붙잡아 억지자백을 받으라는 말이 아니다.어느 경우는 48시간씩 잡아두고 끈질기게 혐의를 파헤치던 검찰이 왜 이번에는 그렇게 조기에 결론을 내렸느냐는 것이다.부인이 남편 몰래 1억원이 넘는 돈을 받고 장기간 은폐할 수 있느냐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에 대한 설명을 과연 확보했는 가 묻고싶다.
특히 안경사협회가 청와대.총리실.재경원등 유관부처와도 협의했다는 자료가 나와 이들 기관에 대한 로비의혹이 야당의원에 의해새롭게 제기된 마당에 서둘러 사건을 매듭지으려는 태도를 이해할수 없다.
돈을 받은 여당의원들에 대한 처리 역시 납득이 안된다.당연히관련의원들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은 조사해야 한다.의원들의 주장대로 정말 후원금으로 들어갔으면 그 과정은 적법했는지,그 전후에 로비는 하지 않았는지,안경사협회 돈이 선거자 금중 얼마만한부분을 차지했는지 등 궁금한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한 영세단체로부터 3천만원을 받았다면 이들 의원들의 전체 모금액은 과연 얼마였으며,그들이 쓴 선거자금이 과연 법대로 8천만원밖에 안됐을까하는 의문도 풀어야 한다.그럼에 도 불구하고 검찰이 앞장서서 여당의원들은 문제가 안된다고 적극 해명해주고 있으니 석연치않다.이 문제가 야당관련 사건이었다면 검찰이 과연 그렇게 관대할 수 있었을까.
청와대는 비리사건이 날 때마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聖域)없이 처리한다고 발표한다.검찰의 이러한 처리방식을 보고 과연 이 말을 액면대로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그렇지 않아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문제되고 있는 마당에 검찰권에 대한 불신만깊어질까 걱정스럽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