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協로비사건 관련 이성호 비리파문에 불똥튈까 官街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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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한안경사협회로부터의 뇌물수수사건과 관련해 경질된 이성호(李聖浩)전보건복지부장관 비리파문이 확대되면서 복지부등 관가(官街)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안경사 업무중 안경테 제조.판매등과 관련된 일을 맡고 있는 복지부.통상산업부.재정경제원 가운데 복지부(이성호 전장관)와 재경원(홍재형 전부총리)이 구설수에 오르자 혹시 통산부쪽은 로비가 없었을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지부의 경우 당시 안경사협회 김태옥(金泰玉)회장과 접촉한간부들이 14일 오전까지만 해도 혹시 검찰에 소환되지나 않을까초조해 하는 표정들.
한 간부는 『협회로비와 관련해 뇌물은 고사하고 의심받을 행동을 한적은 없지만 한때 검찰소환설등이 나돌아 마음이 무거웠다』면서 착잡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복지부 공무원들은 검찰수사 결과 李전장관이 이번 뇌물수수사건에 직접 관여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에 안도하면서 복지부가 이번 사건으로 당분간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특히 복지부 간부들은 앞으로 법령개정등을 둘러싼 관계부처와의협의때 복지부를 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을 것 아니냐며 곤혹스러워 하기도.
한 간부는 『산하단체가 어느 부처보다 많아 바람 잘 날 없는복지부 직원들로서는 무엇보다 관련단체들의 의견수렴이 필요한 각종 법령 입법예고절차등 정당한 업무때도 더욱 몸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법률개정을 추진할 경우 다른 부처와 달리 산하단체들의 이해가 얽히고설켜 지금도 어려운 형편인데 이번 일로 더욱 꼬이게 됐다』고 울상.
…안경사협회가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홍재형(洪在馨)전경제부총리에게 3천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되자 재경원은 난감해하는분위기. 재경원 고위관계자는 14일 『洪전부총리가 후원회비 명목으로 접수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洪전부총리가 재경원을 떠난 이후 받은 돈이라는 점을 애써 강조.
재경원은 지난봄 한택수(韓澤洙)전 국고국장의 구속에 이어 이번에는 초대 부총리였던 洪전부총리가 거론되자 그렇지 않아도 재경원의 힘이 너무 세다는 곱지 않은 시각이 많은 상황에서 이미지에 더욱 손상을 입을까봐 전전긍긍.
…최근 뇌물수뢰혐의로 일선 세무공무원들이 잇따라 구속된 국세청은 이번 안경사협회 파문 이후 검찰의 사정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주시.국세청은 만의 하나 불똥이 튈 것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복무기강 확립과 자정(自淨)노력을 강조하는 등 집안단속에 나서는 모습.
국세청 관계자는 『전국에 1만8천명이나 되는 세무공무원 가운데 극소수 하위직공무원의 비리를 놓고 모든 세무공무원이 그런 것처럼 몰아세우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한마디.
…李전복지부장관의 비리사건을 보는 통산부관리들은 착잡한 표정인데,최근 계속되는 고위공직자 비리사건으로 공무원 이미지가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번에는 장관의 부인까지 연루된데다 수뢰금액이 1억7천만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여서 더 놀라는 모습.
일부에서는 통산부에서 각종 인.허가 권한이 떨어져 나가 과거보다 힘이 약해졌지만 이런 대형 비리사건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산하협회와 조합이 30여개에 달하는 건설교통부도 복지부의 일이 아주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여기면서도 『건설부나 교통부 시절부터 워낙 그런 일로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애써 안심하는 분위기.
그러나 산하협회끼리의 갈등이 심한 경우가 많아 그런 일들로 큰 비리는 아니지만 혹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돌기도 했다.

<김기평.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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