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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원순 교수 기고] ‘신재생에너지 전쟁’ 독일을 벤치마킹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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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는 요즘 풍선 바람 빠지듯 급락하는 양상이다. 당분간 국제유가는 이같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추세는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기세력들이 에너지 자원에 다시 투기를 할 것이 뻔하고, 국제유가는 등락을 거듭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오름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 의존적 에너지 자원 수급구조인 우리나라는 늘 국제유가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인 에너지 플랜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은 있지만 미래 전략은 담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주요 에너지원인 원유·천연가스·석탄의 안정적 수급확보가 급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래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짜야 한다.

원유와 천연가스 등 기본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우리는 이미 절감했다. 그래서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메이저 업체들이 이미 선점해 놓은 상황이라 결코 녹록하지 않다. 그래서 새로운 접근과 발상이 필요하다. 우리와 비슷한 여건인 독일 등을 벤치마킹하는 게 바람직하다. 독일은 여타 유럽연합(EU) 국가들처럼 중동지역에서 안정적인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 또 천연가스도 앞을 내다보고 루르가스를 내세워 러시아 가스프롬의 지분을 인수했을 정도다. 이뿐만 아니라 독일은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를 전체의 5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2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있는 수소전지와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원천기술도 이미 확보했다. 독일은 저이산화탄소 경제를 실현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고용은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우리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각고의 노력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신성장동력이자 신기간산업 분야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정보기술(IT) 산업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원천기술을 먼저 확보하고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워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와 같은 산유국조차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환경에 대한 고려는커녕 부동산 투기와 정부 보조금 따먹기 등의 문제점까지 드러내고 있다.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친환경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개발이 절실하다. 그러지 않는 한 신재생에너지는 신기루일 뿐이다.

권원순 한국외국어대·기후변화 에너지 자원 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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